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기업공개제도 선진화방안은 한마디로 "주식공급
물량은 줄이고 주식공급가격은 높이겠다"는 말로 요약할 수있다.

이번 조치의 목적은 대형기업의 공모물량을 줄여 공개에 목을 매고 있는
대기업과 공기업주식매각물량부담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또 공개물량을 줄이는 대신 공모가격을 높여 기업의 자금조달에는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보완책을같이 내놓았다.

사실 자본금규모가 큰 대기업은 값싼 증시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공개를
하고 싶어도 정부의 공개물량제한정책때문에 공개신청서만 내놓고 줄만 서서
기다리고 잇는 실정이다.

또 정부의 공기업민영화정책도 증시사정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조치는 덩치큰 기업은 의무공모비율(현재 자본금의
30%)을 줄여서라도 일단 공개를 시킨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공모비율이 줄면 기업은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는 현재 공모가를 산정할 때 저평가되고 있는 수익가치의
반영비율을 높이고 할인률(자본환원률)을 조정해 공모가를 현재보다
약 15%가량 높여 기업이 당초 의도한 자금조달에는 애로가 없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짰다.

그동안 한국개발연구원이나 증권학계에서는 공모가산정방식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여러차례 해왔다.

증권경제연구원은 80-94년까지 공모가격과 상장된뒤 주가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주가에는 수익가치가 자산가치의 2.5배나 반영되는돼 공모가를
산정할 때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50:50으로 반영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해 왔다.

이런 모순을 시정하기는 했지만 이번 조치는 투자자에게 돌아갈 이익을
공개되는 기업의 대주주에게 넘겨준다는 반론에 직면해 있다.

주주의 자본이득만극대화될 뿐 소액투자자의 이익은 현재보다 줄어들수밖에
없다.

우선 공무주청약예금에 가입한 투자자는 현재보다는 배당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그동안 상대적으로 공모가가 저평가돼 공모주식은 사놓기만 하면 얼마간
이득은 사실상 보장이 됐는데 이제는 그것도 크게 줄어들게 됐다.

재경원은 하지만 현행 규정을 고수해 대기업이 공개를 아예 못하면 공모주
청약예금자는 그나마도 못받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건 아니라고 반박한다.

또 사놓기만 하면 이득이 보장되는 현행공개제도는 선진국기준으로 보면
불합리 하기 짝이 없고 호남정유등 합작기업이나 외국기업은 한국증시에서
헐값에 주식을 공모를 못하겠다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실정을 개정의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LG반도체 현대전자 현대중공업등 대기업이 공개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시점에서 나와 대기업의 편의를 봐주기위한 의도적
조치라는 항간의 곱지않은 시각도 제기돼고 있는 형편이어서 정부의 이런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또 증시의 수요기반이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비록 내용은 선진국형이라지만
투자자이익을 줄이고 대주주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조치가 타이밍상 적절
했는지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안상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