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탑건', '헤어질 결심'
영화 '탑건', '헤어질 결심'
"마동석, 톰 크루즈는 되는데 박해일, 송강호는 왜 안 됐나."

영화 '범죄도시2'가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1250만 관객이라는 기록을 경신하며 침체했던 극장가에 활기가 돌았다. 6월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나란히 남우주연상, 감독상을 받은 영화 '브로커', '헤어질 결심'이 연달아 개봉돼 많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부진한 흥행 성적을 기록해 관계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개봉된 '헤어질 결심'은 아흐레 동안 누적 관객수 68만 806명을 기록했다. 개봉 당일 11만 4000여 명의 관객을 들였으나 지난 7일 3만 3000여명까지 떨어졌다.

당초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6년 만의 신작이자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고, 칸 감독상까지 받으며 흥행을 예견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자극적이고 섹슈얼한 묘사를 자제하고 잔잔한 분위기로 전개되며 인물들의 심리 변화가 주가 되는 작법으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영화가 공개된 후 일각에선 '불륜 미화'라는 억측성 리뷰가 제기됐고, '올드보이'(326만 명)와 '아가씨'(428만 명), '친절한 금자씨'(365만 명), '박쥐'(223만 명) 등 박 감독의 전작들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다행인 부분은 '씨네필'(영화팬)들을 중심으로 N차 관람 붐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감독이 연출하고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배두나 등이 출연한 영화 '브로커'도 칸 후광을 입었으나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달 8일 개봉한 '브로커'는 100만 관객을 돌파한 후 누적관객수 125만 1644명에 그쳤다.

이에 반해 톰 크루즈가 36년 만에 내놓은 '탑건'의 후속작 '탑건: 매버릭'은 지난달 22일 개봉한 후 입소문을 타고 18일 만에(9일 9시 기준) 누적관객수 400만 명을 돌파했다.

같은 달 개봉한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과 비교했을 때 영화 '탑건: 매버릭'은 압도적이다. 두 영화가 아쉬운 성적을 기록한 이유는 작품성과 대중성의 괴리, 거리두기 해제 이후 관객들이 선호하는 작품과 동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화표 1만5천원 시대…극장서 보고 싶은 영화 따로 있다?

영화 '탑건' 스틸컷
영화 '탑건' 스틸컷
칸을 비롯한 국제 영화제 수상작 중 좋은 흥행 성적(천만 이상)을 거둔 사례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이 유일하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도 누적 관객수 52만 명에 그친 바 있다.

팬데믹 이후 영화표 값(CGV 기준)은 주말 성인 2D 1만 5000원~아이맥스 2만 1000원이다.

이번 주말 2명이 용산 CGV 아이맥스관에서 신작 '토르-러브 앤 썬더'를 본다면 푯값만 4만 2000원에 이른다. 여기에 팝콘과 음료 2개가 포함된 CGV 콤보(9000원)를 주문하면 총 5만 1000원이 든다.

관객들은 거리두기 기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한 영화 시청에 익숙해진 상태다. 최근 극장에 다시 돌아온 뒤 과거에 비해 오락, 액션 영화를 선택하는 경향이 커졌다. 푯값이 아깝지 않은 거대한 스케일의 작품을 선호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일 열린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개최된 '리디파인 시네마: 영화를 다시 생각하다' 포럼에서 정민아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는 "현대 과학기술의 힘으로 영화관에서의 영화 감상은 강렬한 시청각적 체험이 됐다"면서 "관객이 극장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더라도 이 체험만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범죄도시2', '탑건: 매버릭' 등 작품을 예로 들며 "시청각 체험이 중심이 되는 영화관람 문화는 큰 영화, 주류 영화 중심의 편성을 당연케 했다"면서 예술·독립영화의 경우 TV나 OTT를 통해 감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영화의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치용 ESG 연구소장도 "세계적으로 '영화는 극장에서 본다'는 논리가 무너졌다"면서 'OTT 시대 본격화'를 인정하면서 아이맥스, 4D 등 전문화된 극장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