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호러 '데쓰 캘린더'부터 조던 필 신작까지
극장가 호러시즌 개막…올여름 공포영화 라인업은
극장가 부활과 함께 공포영화도 돌아왔다.

올여름에는 '큐브' 리메이크와 조던 필 감독의 신작 등 마니아들이 솔깃할 영화들이 대기 중이다.

'장르영화 축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도 오프라인에서 정상적으로 치러지면서 선택의 폭이 좀더 넓어졌다.

◇ 성탄절 선물이 저주로…'데쓰 캘린더'
벨기에의 배우 겸 감독 파트리크 리드흐몽이 연출한 '데쓰 캘린더'(원제 'Le calendrier')가 호러시즌 포문을 연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유럽 사람들이 예수 탄생을 기다리며 선물로 주고받는 강림절 달력을 공포 소재로 쓴다.

전직 무용수 에바(외제니 드루앙 분)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뒤 보험회사에서 일한다.

하나밖에 없는 친구 소피(오노린 마니에르)가 독일에서 사 온 강림절 달력을 선물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극장가 호러시즌 개막…올여름 공포영화 라인업은
크리스마스이브까지 매일 자정에 선물을 하나씩 꺼내놓는 이 달력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하나라도 어기면 죽는다.

처음에는 선물로 나온 사탕을 먹을 때마다 주식이 대박을 치거나, 에바를 괴롭힌 이들이 고초를 겪는다.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고, 걸을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원칙이 깨지면서 판타지는 공포로 바뀐다.

하루에 한 명씩 누군가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이제 천사 아닌 악마가 에바를 찾아온다.

매일 밤 캘린더를 열어보는 일 자체가 공포다.

며칠 동안 행복감에 젖어있던 에바는 캘린더의 저주를 끊으려고 애쓴다.

단련된 마니아라면 크리처를 동원한 공포 효과가 강렬하게 다가오지는 않을 듯하다.

그러나 한국의 복주머니처럼 전통적인 소재를 활용하는 발상 전환, 에바의 사연과 캘린더의 저주를 둘러싼 촘촘한 이야기 전개가 호러물치고는 돋보인다.

극장가 호러시즌 개막…올여름 공포영화 라인업은
◇ 25년 만에 리메이크된 '큐브', 조던 필 신작 '놉'
'데쓰 캘린더' 이후에도 만만찮은 호러물이 관객을 기다린다.

밀실 탈출 호러의 전설 '큐브'(1997)를 일본에서 리메이크한 동명의 영화가 다음 달 13일 개봉한다.

야스히코 시미즈 감독이 연출하고 원작자 빈첸초 나탈리가 기획에 참여했다.

원작 '큐브'는 폐소공포와 각종 살인 트랩, 수학적 장치를 결합한 새로운 공포감으로 관객을 충격에 빠뜨렸었다.

'소우' 시리즈 등 이후 밀실 호러를 하위장르로 정착시킨 선구자 같은 작품이다.

그러나 빈첸초 나탈리 감독의 참여 없이 제작된 후속작 '큐브 2'와 '큐브 제로'는 혹평만 받았다.

극장가 호러시즌 개막…올여름 공포영화 라인업은
8월 17일 개봉하는 '놉'은 데뷔작 '겟 아웃'(2017)으로 단숨에 호러 명장의 반열에 오른 조던 필 감독의 신작이다.

백인 여자친구 집에 초대받은 흑인 남자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겟 아웃'은 정교한 설정과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공포를 넘어 인종 문제에 화두를 던진 일종의 우화였다.

영화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앨프리드 히치콕의 '싸이코'(1960)에 이어 역대 공포영화 순위 2위에 올라있다.

신작 '놉'은 한국계 스티븐 연과 '겟 아웃'의 대니얼 칼루야 등이 출연하는 미스터리라는 점 말고는 알려진 내용이 별로 없다.

북미에서는 다음 달 22일로 개봉일이 잡혀 있어 관객 반응을 미리 살펴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극장가 호러시즌 개막…올여름 공포영화 라인업은
◇ 3년 만에 돌아온 부천국제영화제
공포영화 팬이라면 3년 만에 정상 개최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반가울 듯하다.

다음 달 7∼17일 열리는 올해 영화제는 개막·폐막작으로 모두 호러물이 선정됐다.

개막작 '멘'은 남편의 죽음 이후 영국 시골마을로 떠난 하퍼(제시 버클리)가 정체 모를 무언가에 쫓기면서 마주하게 되는 공포를 그린다.

'유전'(2018)과 '램'(2020) 등을 내며 최근 할리우드에서 호러 명가로 떠오르는 제작사 A24 작품이다.

영화제 측은 "어느 작품보다도 이상하고 독창적"이라고 평했다.

폐막작은 '기담'(2007)을 시작으로 공포에 천착해온 정범식 감독의 '뉴 노멀'이다.

팬데믹 이후 우리네 일상 속에 숨겨진 위험과 공포의 정체를 엮은 서스펜스 영화라고 영화제 측은 설명했다.

개막·폐막작 모두 하반기에 정식 개봉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