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실화탐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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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 씨가 과거 MBC '일밤-러브하우스'에 출연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의 MC를 맡았던 신동엽은 과거 이 씨가 기억이 난다며 "볼 수록 화가 난다"며 탄식했다.

지난 21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 측은 이 씨가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02년 3월 3일 '러브하우스'에 출연한 바 있다고 했다. 장애를 가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던 이 씨는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신동엽은 "제가 했던 프로그램이라 기억이 난다. 얼굴이 기억나지 않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집 중 하나였다. 부모님이 장애가 있는데 어린 딸이 대견하게 잘 챙기더라. 어떻게 이런 애가 다 있지 또렷하게 기억난다. 효녀인 친구가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진짜 많이 놀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방송이 진행 될 수록 "방송을 떠나 못 보겠다"며 "화가 난다"고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고 싶다던 소녀는 20년 뒤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됐다. 이 씨와 공범 조현수(30) 씨는 공개수배 17일 만에 경기도 고양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검거됐다.

사망한 A 씨 매형에 따르면 사고가 나기 3년 전 A 씨는 "좋은 사람이 생겨 결혼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매형은 "나이 차이가 많아 신부 쪽에서 반대가 심해 정식으로 인사를 못 드렸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8년간 연애를 하고 결혼식 올리지 않은 채 2017년 3월 혼인신고를 했다.
/사진=MBC '실화탐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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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가 사망한 후 빈소에는 이 씨와 조 씨 일당이 있었다고. 매형은 "구석에서 왔다 갔다 하고 조현수도 있었다. 게임도 하고 있고 자기네들끼리 키득키득 웃고 있는 게 보였다"고 말했다.

남편이 사망한 뒤 이 씨는 1000만 원에 달하는 유족 연금을 받아왔고 내연남 조 씨와 A 씨의 차를 타고 다니며 과태료도 납부하지 않았다.

'실화탐사대' 측은 이 씨와 A 씨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정상적으로 보기엔 너무도 이해되지 않는 대화라며 꼬집었다.

녹취록에서 A 씨는 자신의 누나가 신혼집에 온다는 말에 다급히 이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에 이 씨는 "집에 온대? 내가 통화해? 통화해 말아? 아 그니까 X나 짜증 나니까 그렇지. 왜 그렇게 제멋대로야? 통화한다. 끊어"라며 분노했다.

A 씨 집에서 1억 원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인천의 신혼집엔 A 씨는 살고 있지 않았다. 그 집엔 이 씨와 친구들이 살고 있었다. A 씨는 수원의 반지하 방에서 월세를 내며 어렵게 살았다.

A 씨는 회사에 안 가는 주말엔 라면을 살 돈이 없어 친구들에게 3000원을 빌리기도 했다. 유족들은 그가 모아둔 3억 원과 빌린 돈들을 합하면 7억 원이 넘는데 이 돈 모두 이 씨가 가져갔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다.

대기업을 다니고 있었던 A 씨는 생활고 때문에 이 씨에게 헤어지자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이 씨는 "오빠 정말 나 그만 만나고 싶어?", "힘들게 해서 미안해"라며 회유했다.

A 씨는 "여보가 나 어제 때린 거나 그런 거 때문에 그런 건 전혀 아니야. 너무 돈이 없으니까. 돈이 너무 없으니까"라며 울먹였다. 이어 "빚이 너무 많아. 회사 빚도 넘치고 지금 얼마인지도 모르겠어. 7, 8000만 원 되는 거 같은데"라며 호소했다.

이후 A 씨는 장기매매를 뜻하는 암호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해 브로커와 연락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사진=MBC '실화탐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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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이 모든 게 보험금을 노린 이 씨의 계획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A 씨의 매형은 "전부터 처남이 자기에게 생명보험이 5억 원짜리가 들어가 있다고 했다. 지금 상황에 와선 호구, 돈줄, 돈 떨어지면 버릴 남자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이 씨는 혼인신고 5개월 만에 남편 명의로 보험에 가입했으며 납부 금액만 월 70만원이 넘었다. A 씨가 사망한 후 보험사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며 보험금 지급을 미뤘다.

당시 보험사 조사관은 "생명을 담보로 하는 집중 보험을 세 건이나 가입했고, 보험료 납입이 힘들어 계속 실효가 되는 현상 발생했다"며 "마지막으로 돌아가신 날도 4시간 지나면 실효가 되는 입장이었고 그 이후 사망하면 보험금이 지급이 안 됐다"고 했다.

이 씨가 8억 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이는 이 씨가 10대 시절 사귄 전 남자친구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사관은 이에 대해 "맞을 거다. 당시 얼마 근무 안 했고 해촉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 씨는 남편의 사망보험금 지급이 늦어지자 이를 고발한다면서 각종 언론사에 제보하다 결국 꼬리가 잡혔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은해 입장에서 자신의 젊음, 여성이라는 점 등을 이용해서 독거미가 거미줄을 쳐 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것 같은. 걸려들면 빠져나가지 못하고 허우적댄다. 결혼이라는 건 한번 실패하면 또 다른 거미줄을 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결혼은 하나의 사업에 불과한 도구였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씨와 A 씨가 함께 찍은 사진에는 '넌 벗어날 수 없어'라는 글귀와 함께 각본 이은해라고 쓰여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고 의존적 성향을 지속시키겠다고 하는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씨는 지난 19일 진행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A4 용지 2장 자필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복어 독을 이용한 살해 혐의를 부인했으며 계곡 사건에 대해 우연히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숨진 남편 A 씨에 대한 언급이나 사과는 단 한마디도 없었으나 "기회라는 밧줄을 주신다면 잘못된 선택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읍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