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영화 연출작 '브로커', 박찬욱 감독의 6년 만의 한국 영화 신작 '헤어질 결심' 포스터  /사진=CJ ENM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영화 연출작 '브로커', 박찬욱 감독의 6년 만의 한국 영화 신작 '헤어질 결심' 포스터 /사진=CJ ENM
한국 영화 두 편이 동시에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홍상수 감독의 '그 후' 이후 5년 만에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 '브로커'가 나란히 칸 레드카펫을 밟는다.

14일(현지시간) 칸영화제 조직위원회는 프랑스 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75회 행사 공식 초청작을 발표했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두고 각축전을 벌일 경쟁 부문에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를 포함해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차이콥스키의 아내',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아마겟돈 타임', 다르덴 형제 감독의 '토리와 로키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미래의 범죄' 등 총 18편의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

박찬욱 감독은 6년 만의 한국 영화 신작 '헤어질 결심'으로 네 번째로 칸에 진출했다. 그는 2004년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올드보이'를 시작으로 2009년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쥐', 2016년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아가씨'에 이어 올해 또 쾌거를 이뤘다. 이는 한국 감독 가운데 칸 경쟁 부문 최다 초청 타이기록이다.

박 감독은 "영화에 참여한 모든 이에게 기쁜 봄소식"이라며 "팬데믹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가하는 영화제라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영화관에서의 집단관람의 의미에 관해 생각해볼 시간이 충분히 있었으니까"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번 칸에서는 기회가 허락하는 대로 다른 영화들도 많이 보고 누구보다 오래 기립박수를 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탕웨이는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정말 기쁘다"며 "감독님과 박해일 배우, 그리고 모든 스태프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모두가 다시 극장으로 돌아가고, 일상을 되찾는 날이 빠르게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해일은 “촬영하는 내내 박찬욱 감독님, 탕웨이 배우를 포함한 모든 배우들과 최고의 제작진과 함께해 너무나 뜻깊은 시간이었는데, 칸 영화제에 참석하게 되어 더욱 기쁘다"며 "많은 관객분들과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날을 기다려왔던 만큼 전 세계 관객분들과 만날 수 있게 되어 설레고 기대된다"고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박찬욱 감독 /사진=CJ ENM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박찬욱 감독 /사진=CJ ENM
'브로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을 맡고 한국 제작진, 배우들과 함께한 한국 영화다. 영화사 집이 제작하고 '헤어질 결심'과 같이 CJ ENM이 배급을 맡았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따스한 시선과 날카로운 통찰력이 묻어나는 스토리가 진한 여운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01년 '디스턴스'(경쟁 부문), 2004년 '아무도 모른다'(경쟁 부문/남우주연상 수상), 2009년 '공기인형'(주목할만한 시선),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경쟁 부문/심사위원상 수상), 2015년 '바닷마을 다이어리'(경쟁 부문), 2016년 '태풍이 지나가고'(주목할만한 시선), 2018년 '어느 가족'(경쟁 부문/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올해 통산 8번째 칸 국제영화제 진출의 쾌거를 기록해 의미를 더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각기 다른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초월하여 이뤄낸 이번 작업을 높게 평가받음으로써 저뿐만 아니라 작품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와 출연 배우들이 함께 보답을 받게 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작품으로 4년 만에 칸 국제영화제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비단 코로나19 팬데믹 상황뿐 아니라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운 이 시기에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고 세상에 전달하는 일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브로커'에 출연한 송강호는 도합 7번째 칸 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으면서 한국 배우 최다 초청 기록을 세웠다. 그는 칸 경쟁 부문에만 4회 초청됐다. 2006년 '괴물'(감독주간), 2007년 '밀양'(경쟁 부문),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비경쟁 부문), 2009년 '박쥐'(경쟁 부문/심사위원상), 2019년 '기생충'(경쟁 부문/황금종려상), 2021년 '비상선언'(비경쟁 부문)으로 칸에 연기를 선보였다.

송강호는 "칸 영화제에 함께한다는 것은 언제나 기분 설레고 즐거운 일"이라며 "무엇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 그리고 동료 배우들과 이 좋은 소식을 나눌 수 있게 되어 영광스럽고 감사하다"고 했다.

2020년 '반도'에 이어 두 번째로 칸에 초청받은 강동원은 "모두가 온 마음을 다해 촬영한 작품인 만큼 이렇게 기쁜 소식을 듣게 되어 너무나 뜻깊고 감사하다"며 "칸 영화제에 이어 개봉도 앞두고 있기에 관객들과 함께 할 순간이 그 어느 때보다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배두나는 "'공기인형'에 이어 12년 만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과 두 번째로 작업하게 된 것만으로도 내게는 특별한 영화"라며 "아직 영화를 못 봤는데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보게 되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생애 처음으로 칸 국제영화제에 입성하게 된 이지은(아이유)은 "'브로커'를 촬영한 작년 봄 내내 많이 배울 수 있어 감사했고 모든 경험이 신비로웠던 기억이 있는데 올봄에는 심지어 칸 영화제까지 참석하게 되다니, 올봄이 작년의 봄만큼 신비할 것 같아서 다시 한번 설레고 기대된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이주영은 "작년 이맘때쯤 전국 각지에서 촬영하고 있었는데, 다시금 봄이 찾아옴과 동시에 이렇게 기쁜 소식을 듣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며 "즐겁게 작업한 만큼 '브로커'가 많은 관객분을 만나 뵐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 초청작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은 5월 17일 개막하는 칸 영화제에서 세계 최초 공개된다. 이후 '브로커'는 6월 초, '헤어질 결심'은 6월 말 국내 개봉할 예정이다.

한편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이정재의 첫 연출작 '헌트'는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영화계 '절친'으로 알려진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이 '태양은 없다'(1999) 이후 20여 년 만에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이들은 남파 간첩 총책임자를 쫓는 라이벌 관계의 안기부 요원을 연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