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수목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 영상 캡처
/사진=MBC 수목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 영상 캡처
'미치지 않고서야' 이상엽이 물오른 연기로 안방극장을 채운다.

MBC 수목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 에서 이상엽은 세제 없는 식기세척기 백 만대 판매 신화의 주역이자 로봇청소기 개발에 힘쓰고 있는 한세권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한세권은 본사의 지침으로 매출 하위 제품들의 생산 중단과 무선, 로봇청소기 중 한 제품만 개발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조바심을 느끼고, 자신이 개발중인 로봇청소기가 테스트에서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모터구동팀 강팀장의 약점을 잡아 모터 조작을 제안했다.

하지만 되려 로봇청소기의 성능이 하락했고, 강팀장에게 원상복귀를 지시했지만 조작을 제안하는 대화를 녹음한 강팀장으로 인해 뒤통수를 맞았다.

연애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사내 부적응으로 퇴사를 결심한 자신에게 따듯하게 손을 내밀어준 인사팀장 당자영(문소리 분)과 짧고 굵은 결혼생활을 끝으로 이혼, 서나리(김가은 분)와 사내 비밀 연애 중인 한세권은 자꾸 부딪히는 당자영과는 으르렁 케미를, 서나리와는 달달한 핑크빛 케미를 선보였다. 극과 극 온도차로 보여준 평화도 잠시, 당자영에게 연애 사실을 말하라는 서나리에 당황한다.

일은 물론 연애도 순탄치않은 '한세권'은 비열함과 얄미움으로 중무장한 인물. 성실하게 현대 사회를 사는 직장인이라면 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캐릭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인물로 시청자의 마음속에 자리한 이유는 이상엽이라는 배우가 가진 불호 없는 매력과 한세권을 통해 인간 본연의 욕망과 내적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엽은 섬세한 캐릭터 분석력으로 한세권을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솔직한 인물로 보여지게 만들었고 숲 보다는 눈 앞에 한 그루 나무밖에 보지 못하는 인물로 표현하며 자신이 캐릭터를 분석한 그대로 시청자가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었다. 완벽하지 않아 더 사실적인 한세권을 표현하고 있는 이상엽의 디테일한 연기는 '현실 공감'을 앞세운 드라마의 몰입도를 단숨에 끌어 올리고 있다.

모든 사건의 시작이자 중심에 선 한세권을 너드미 넘치는 선임으로, 팀원을 잡는 상사로, 미운 짓만 골라서 하는 전 남편으로 다채롭게 그려내고 있는 이상엽은 시청자에게 기존의 이미지를 지우고 자신을 새롭게 소개하고 있다. 빌런임에도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는 이상엽이 앞으로 전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드라마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연기 맛집, 시간 순삭 드라마로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는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는 격변하는 직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n년 차' 직장인들의 치열한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이다. 수, 목요일 밤 9시에 방송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