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가 처음으로 투자배급한 공포영화 ‘변신’.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가 처음으로 투자배급한 공포영화 ‘변신’.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면서 섬뜩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공포영화 ‘변신’이 지난 8월 개봉해 관객 180만 명을 모았다. 총제작비 68억원을 투입한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 166만 명을 넘겼다. ‘변신’은 신생 영화투자배급사인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의 첫 투자배급작이다. 이 회사는 이상록 AHC 전 회장이 회사를 매각한 뒤 정현주 전 쇼박스 본부장을 영입해 세웠다. 관객 334만 명을 모은 영화 ‘악인전’에 일부 투자해 소폭 이익을 거뒀다. 다음달에는 ‘블랙머니’, 내년에는 ‘해치지 않아’ ‘소리도 없이’ ‘바이러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등을 줄줄이 내놓을 계획이다.

신생 콘텐츠 제작사들 속속 시장 진입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1~2년 전 출범한 영화 및 드라마 제작·투자사들이 올 들어 작품을 속속 선보이면서 콘텐츠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바이오업체 셀트리온 자회사인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가 올초 첫 투자배급작 ‘자전차왕 엄복동’을 내놓은 데 이어 메리크리스마스, 스튜디오N, 메가몬스터 등도 신작을 잇달아 선보였다.

유정훈 전 쇼박스 대표가 중국 미디어 기업 화이브라더스의 투자를 받아 설립한 메리크리스마스는 영화 ‘내 안의 그놈’과 ‘로망’ 등 두 편을 투자·배급했다. 아이돌 출신인 진영이 주연한 판타지 코미디 ‘내 안의 그놈’은 191만 명을 모아 손익분기점 120만 명을 훌쩍 넘었다. 메리크리스마스는 영화 ‘양자물리학’을 상영 중이고 240억원 규모의 대작 SF어드벤처 ‘승리호’를 내년 여름 개봉 예정으로 촬영하고 있다. 송중기와 김태리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승리호’는 환경 오염으로 지구를 탈출해야 하는 미래 상황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이야기다.

스튜디오N 제작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
스튜디오N 제작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
네이버웹툰 자회사 스튜디오N은 8월 말부터 OCN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지난달 20일부터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각각 방영 중이다. 7월에는 KBS2 드라마 ‘저스티스’를 선보였다. 스튜디오N은 네이버웹툰 ‘피에는 피’ ‘비질란테’ 등 20편을 영화와 드라마로 공동 제작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CJ ENM 영화사업본부장을 지낸 권미경 스튜디오N 대표는 “기존 영화 및 드라마 제작사들과 협력하는 지식재산권(IP) 브리지 컴퍼니로서 새로운 상생 모델과 다양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 글로벌 무대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M 자회사 메가몬스터는 올해 MBC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tvN ‘진심이 닿다’를 내보냈다. 메가몬스터는 카카오 산하 다음웹툰에서 연재한 ‘망자의 서’ 등 웹툰 세 편을 드라마로 제작해 내년부터 매년 한 편씩 3년간 KBS에서 방영하기로 했다. 카카오M은 최근 영화 ‘검사외전’을 제작한 월광, ‘신세계’를 만든 사나이픽처스를 각각 인수해 내년부터 신작 영화도 선보일 예정이다.

OTT 시장의 콘텐츠 수요 겨냥

이처럼 콘텐츠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제작 및 투자배급사가 늘고 있는 것은 국내 방송사 및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의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국내 방송사들의 시청률 경쟁이 격화하면서 ‘킬러 콘텐츠’인 드라마 제작 편수도 늘고 있다. 2017년 109편에서 올해는 약 130편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OTT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구입 및 제작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국내 최대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올 들어 29편을 제작해 이 중 ‘아스달 연대기’ 등 여섯 편을 넷플릭스에 팔았다. 신생 업체들도 신뢰를 쌓아 작품을 팔 계획이다. 국내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함께 만든 토종 OTT 웨이브(wavve)도 매년 1000억원 안팎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예정이다.

조대곤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최근 열린 미디어리더스포럼에서 “OTT가 기존 방송시장을 직접 대체하기보다 보완적 관계를 이루고 있다”며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혜선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OTT 업체들은 콘텐츠 차별화가 경쟁의 필수 요소”라며 “콘텐츠 확보에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