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빈이엔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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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읽은 모든 시나리오를 통틀어 가장 매력적이었어요. 평범한 여성의 성장 과정을 이렇게까지 농밀하게 들여다보는 작품은 없었거든요. 저의 30대를 대표할 작품이라고 확신했죠. 모든 걸 쏟아부었습니다.”

지난 26일 개봉한 영화 ‘아워 바디’에서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자영 역을 맡은 최희서(사진)는 첫 단독 주연작으로 ‘아워 바디’를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워 바디’는 불확실한 미래에 지친 자영이 달리는 여자 현주(안지혜 분)를 우연히 만나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단편 ‘장례난민’(2017)으로 주목받은 한가람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최희서는 이 영화로 지난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다.

극 중 자영은 대학 졸업 후 8년째 행정고시에 도전 중이다. 공허한 눈빛과 축 처진 몸은 불안한 청춘의 모습을 대변한다. 최희서는 자영에게서 자신의 20대를 떠올렸단다. 그는 “배우로 알려지기까지 8년의 무명 생활이 있었다”며 “오디션을 봐도 매번 떨어졌고,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나만 낙오자가 된 것 같은 불안한 시절을 겪었다. 자영은 그런 나와 많이 닮아있었다”고 설명했다.

자영은 달리기를 통해 조금씩 달라진다. 자신감과 활기를 되찾고 몸에는 근육이 붙어 탄력이 넘친다. 이 같은 몸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최희서는 촬영하기 한 달 반 전부터 매일 한 시간 이상 달렸다. 거리도 차츰 늘려 나중에는 한 번에 5㎞씩 뛰었다.

“몸은 굉장히 정직해요. 노력한 만큼 결과를 가져오죠. 한 달 반 동안 지방은 6㎏ 빠지고 근육은 3㎏ 정도 늘었어요. 그게 습관이 돼 요즘도 1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밖에 나가서 뛰고 있습니다.”

최희서는 극 후반 밝게 웃는 자영보다 초반에 바깥세상과 단절된 삶을 사는 자영을 연기하는 게 더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는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인데 시든 화초처럼 기가 죽은 자영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열심히 연구했다”며 “일부러 도수 높은 두꺼운 안경도 꼈다”고 설명했다. 둔한 몸을 표현하기 위해 복대도 찼다.

28일 오랜 연인과 결혼식을 올리는 최희서는 곧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촬영에 들어간다.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과 호흡을 맞춘다. 할리우드에도 진출한다. 재미동포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저예산 멜로 영화에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현재 1주일에 한 번씩 영상 통화로 시나리오 회의를 하고 있다.

“결혼부터 미국 진출까지 뜻하지 않게 겹경사를 맞았어요.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자주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과 미국에서 함께 활동하고 싶어요.”

태유나 한경텐아시아 기자 you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