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랏말싸미'

한글 창제 기여한 인물들과
지난했던 과정 엿볼 수 있어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의 시작…숨은 주역들과 '인간 세종'의 이야기

“이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諺文) 28자(字)를 지었는데, 그 글자가 옛 전자(篆字)를 모방하고, 초성(初聲)·중성(中聲)·종성(終聲)으로 나누어 합한 연후에야 글자를 이루었다. 무릇 문자(文字)에 관한 것과 이어(俚語)에 관한 것을 모두 쓸 수 있고, 글자는 비록 간단하고 요약하지마는 전환(轉換)하는 것이 무궁하니, 이것을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고 일렀다.”

한글 창제를 밝힌 최초의 사서 기록인 세종 25년(1443년) 12월 30일 ‘세종실록 102권’의 기사다. 이 실록의 기록은 육하원칙에 입각해 간략하지만 매우 분명하고 조리있게 한글 창제를 설명했다. 그러나 세종 혼자서 한글을 창제했는지 신하들, 구체적으로 말하면 집현전 학사들의 협찬(協贊)으로 창제했는지와 관련해선 국어학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창제를 시작한 시기와 그 추진 상황의 공개 여부도 문제로 남아 있다.

영화 ‘나랏말싸미’는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세종과 함께 한글 창제에 기여했지만 역사에 기록되지 못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다. 우리가 물과 공기처럼 사용하고 있는 한글이 어떻게 창제됐는지, 그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 역은 배우 송강호가 맡았다. ‘반칙왕’ ‘살인의 추억’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설국열차’ ‘변호인’ ‘밀정’ ‘택시운전사’에 이어 최근 ‘기생충’까지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을 선보여온 그가 대왕 세종의 이면에 가려져 있던 ‘인간 세종’을 다양한 표정과 감정으로 펼쳐 보일 예정이다.

송강호가 연기한 세종은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이 투철한 임금으로, 글은 백성의 것이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한글을 창제한 인물이다. 새 문자 창제를 반대하는 신하들과의 힘겨루기, 소갈증(당뇨병)과 안질(눈병) 같은 지병 등 악조건 속에서도 필생의 과업으로 모든 백성이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는 새 문자를 만들고자 한다. 송강호는 유신들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천한 불승인 ‘신미’와 손잡을 수 있는 인간적인 호방함과 매력, 그리고 순간순간의 좌절 앞에서도 인내해야 했던 세종의 모습을 완벽히 그려내며 역사적인 위대함 뒤편에 있던 ‘인간 세종’을 보여줬다.

송강호는 “배우로 살면서 세종대왕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은 영광”이라며 “쉬우면서도 강한 훈민정음, 그리고 세종대왕의 신념과 인간적인 매력, 아내를 향한 사랑, 백성들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위대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무도 몰랐던 한글 창제의 숨은 주역인 신미는 배우 박해일이 연기했다. 신미는 유교 조선이 금지한 불교를 진리로 받드는 스님으로 자신이 믿는 진리인 부처 외의 그 어떤 것도 섬기지 않은 단단함을 지닌 인물이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임금에게도 무릎 꿇지 않을 정도의 반골이지만, 한양 안에 불당을 지어주는 조건으로 문자 창제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던 세종을 도와 새 문자 창제에 힘을 보탠다. 스님다움을 신미 역할의 첫 번째 조건으로 여긴 박해일은 촬영 전부터 스님들과 함께 생활했다.

박해일은 “진짜 스님처럼 보이기 위해 사찰에 다녀보고 템플스테이도 하면서 수행하고 정진하는 스님들의 모습을 눈여겨보려 했다”며 “신미라는 새로운 캐릭터와 ‘나랏말싸미’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있는 이야기가 관객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새 문자 창제라는 세종의 뜻을 품어준 소헌왕후는 배우 전미선이 맡았다. 소헌왕후는 온화함, 강인함, 그리고 현명함이 돋보이는 인물로 그려진다. 세종에게 신미를 소개해주거나 궁녀들에게 새 문자를 널리 퍼뜨리라고 말하는 등 백성을 위해 한글을 만들려는 세종에게 길을 열어주고 문자 창제를 적극 지지한다.

‘나랏말싸미’는 7월 24일 개봉 예정이다. 지난 10일엔 CGV 페이스북을 통해 1차 예고편을 공개해 네티즌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송강호의 전작 ‘기생충’의 대사를 패러디한 “오호 신미야 너는 계획이 다 있는 게로구나” “저는 이게 불법이라고 생각 안 해요. 꼭 문자를 만들 거거든요” “세종이 계획이 있는 게로구나…!” 등의 댓글이 눈길을 끌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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