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청순가련 여주인공은 가라…'걸크러시' 폭발하는 女검사·형사들
화끈한 성격의 여성 캐릭터가 ‘정의 실현’을 외치며 사건 해결을 주도하는 드라마가 풍년이다. 이야기 전개의 보조적 역할에 머물던 데서 벗어나 여성이 주체적·주도적으로 활약하면서 ‘사이다’ 같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올초 개봉해 16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극한직업’의 이하늬가 그랬다. ‘독수리 5형제’라고 불리는 마약반 형사 중 여성은 장 형사 역의 이하늬가 유일했다. 극 중 장 형사는 거친 말투와 두둑한 배짱으로 마약범들과 치고받는 몸싸움도 불사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에서도 이하늬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권력과 돈에 야합하는 ‘욕망 검사’ 박경선에서 정의를 외치는 ‘열혈 검사’로 변신해 수사를 이끈다. 거침없는 실행력과 괄괄한 성격에 랩을 하듯 리듬감을 살린 대사, 우스꽝스러운 제스처가 웃음을 유발한다.

‘열혈사제’의 또 다른 걸크러시 캐릭터인 신입 형사 서승아 역을 맡은 금새록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선배 형사들이 권력에 굴복할 때 ‘나홀로’ 정의를 외치는 뚝심 있는 면모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불러일으킨다. 세팍타크로 선수 출신이라는 캐릭터 때문에 금새록이 보여주는 화끈한 발차기는 묵은 체증을 내려가게 할 만큼 시원하다.

KBS2 월화극 ‘국민 여러분!’의 이유영은 ‘일진’ 출신 형사 김미영 역을 맡았다. 청순하고 여린 외모와 달리 호쾌한 액션, 유쾌한 코믹 연기로 반전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이유영은 첫 회부터 남자친구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급습해 야구 방망이로 방문을 부수고 남친을 무릎 꿇려 걸크러시한 면모를 선보였다. 그 후 김미영이 결혼한 양정국(최시원 분)의 정체는 사기꾼. 김미영이 남편의 정체를 언제, 어떻게 알게 될지, 또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OCN 토일드라마 ‘킬잇’에서는 엘리트 형사 도현진 역을 맡은 나나가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다니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나나는 자신이 어릴 적 살았던 보육원 아이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았던 일의 진실을 파헤친다. 나나는 줄을 타고 가파른 절벽을 아슬아슬하게 건너기도 하고, 건달들과 대치한 상황에서는 화려한 액션까지 선보였다.

MBC 월화극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선 박세영이 기존의 도회적인 이미지 대신 털털하고 곡절 있는 캐릭터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조진갑(김동욱 분)이 갑질하는 사업주를 응징하는 풍자 코믹극이다. 박세영은 현실주의와 원칙주의로 무장한 형사로 ‘을’의 편에 서서 정의 실현에 나선다.

김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