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방탄소년단에게 이제는 '세계대표'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할 것 같다. 미국 투어를 진행 중인 방탄소년단이 오는 24일 전 세계 정상들이 모이는 유엔(UN)총회 연단에 오른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각국의 정상들이 참석하는 이 총회에서 방탄소년단은 공연과 연설을 펼친다. 이는 한국 가수로는 또 한 번 최초의 기록이다.

▲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희망 전파하는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은 오는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UN 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리는 행사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에 참석한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는 전 세계 10~20대를 위한 투자와 이들을 돕기 위한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이 자리에서 방탄소년단은 3분동안 연설을 한다. 방탄소년단이 펼칠 연설의 주제는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게 청소년을 위한 내용으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피겨 여왕' 김연아가 지난해 11월 UN 본부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연설한 적은 있지만 특정 행사의 홍보가 아닌 인권 향상을 위해 가수가 연단에 오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또한 이 자리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UN사무총장과 헨리에타 포어 유니세프 총재 등이 참석한다.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명확한 메세지와 앞서간 음악으로 전 세계 음악팬들을 매료시켰다.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1위를 석권한 것은 물론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음반을 200만장 가까이 판매 음악적으로 엄청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UN 연단에 올라 각국 정상 앞에서 연설을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방탄소년단이 UN총회에 초대장을 받은 이유는 그동안 그들이 펼친 음악과 캠페인이 청소년들의 인권 신장에 밀접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들은 2년 전부터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의미를 담아 '러브 유어셀프'를 주제로 기-승-전-결 시리즈 앨범을 진행했다. 이 앨범은 음악적인 의미를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번지며 폭력과 과도한 경쟁에 내몰린 청소년들의 멍든 마음을 치유했다.

또한 방탄소년단은 UN 산하 기구인 유니세프와 더불어 '러브 마이셀프'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먼저 자신을 사랑한 뒤 세상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는 취지의 기부 캠페인이었다. 방탄소년단은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 앨범 판매 수익 중 일부인 5억원을 지난해 11월 유니세프에 기부하며 남다른 선행으로 팬들이 박수를 받았다. 방탄소년단의 선행에 전 세계 팬들도 함께 동참했으며 이 캠페인에는 11억 5,000여 만원의 후원금이 쌓여 뮤지션과 팬들이 함께 했다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 대한민국 가수 방탄소년단, 일본 우익 가수와 협업 안돼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방탄소년단이 UN 총회 연단에 서는 것은 청소년에 대한 영향을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그들에게는 초강력 팬덤인 '아미'가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아미는 과거 다른 가수들의 팬덤과는 다르게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우리 가수가 인정받는다는 공통된 정서를 가지고 있다.

최근 아미는 일본 뮤지션과의 협업을 발표한 방탄소년단에게 "우익 작사가와 협업을 중단하고 관련 자료를 전량 폐기하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 방향을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바로 잡아준다는 측면에서 진정으로 자신들의 가수를 사랑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3일 '빌보드 재팬'이 일본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가 11월 발매되는 방탄소년단의 싱글 타이틀곡 '버드' 작사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아미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팬카페에 입장문을 올리고 "협업은 무산돼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이어 "한국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에게 받은 피해는 절대 잊혀질 수 없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의 전쟁 미화는 세계적으로도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곡이 발매된다면 대중들이 방탄소년단을 우익 또는 친일 성향을 지닌 아티스트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방탄소년단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한 목소리이기도 하면서 우리의 역사를 잊지 말자는 의미가 담긴 행동이다. 아미는 아키모토가 쓴 일본 아이돌 그룹 에이케이비(AKB)48 노래 중에 여혐적인 가사가 많다는 점도 추가적인 이유로 내세웠다. 결국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논란이 된 지 나흘 만인 지난 17일 관련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제작상의 이유"라고 밝혔지만 아미의 목소리에 응답한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20대 한 팬은 "이 문제를 공론화하면 오빠들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지만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방탄소년단이 우익 작사가와 협업하는 것은 우리나라는 물론, 오빠들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어서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사랑을 할 수 있는 것도 능력" 화해와 평화 전도사
사진=르몽드 트위터 캡처
사진=르몽드 트위터 캡처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가수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LOVE YOURSELF' 시리즈에는 인류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과 평화라는 담론이 담겨 있다.

지난 해 9월 방탄소년단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 'LOVE YOURSELF 承 'Her''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RM은 "'LOVE YOURSELF'에서 사랑은 단순히 성장하는 소년의 개인적 경험이기도 하지만 사회에 던지고 싶은 화해와 통합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운명적으로 우리는 하나였다, 만나려는 세팅이 돼 있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랑을 시작할 때 설렘과 두근거림을 저희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앨범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화해와 통합'이라는 메세지에 대해 "사랑을 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라고 하더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타인도 사랑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결국 헤멘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는 것이 많은 것들의 해답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소신을 밝혔다.

사랑과 평화, 화해에 대한 RM의 발언은 순간적으로 떠올라 말한 것이 아니다. 최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Le Monde)는 남북협약 이슈와 관련한 기사에 RM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쓴 동시를 인용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있는 일간지가 국내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RM의 동시를 보도에 인용하면서 팬들은 상상을 뛰어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열광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RM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쓴 동시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방탄소년단 RM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쓴 동시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 동시만 살펴봐도 사랑과 평화·화해, 그리고 통일에 대한 RM의 생각이 어릴 때부터 확고하게 자리잡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탄소년단이 유엔(UN)총회에 참석해 공연과 연설을 펼치는 것은 수많은 무대를 경험한 그들에게도 큰 압박과 책임감을 동반하게 할 것이다. 그들이 전 세계인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세지는 분명하다. 방탄소년단이 전할 메세지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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