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시간’ 김진민 감독과 배우 이준기의 조우. tvN ‘무법변호사’가 첫 방송을 앞두고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이 드라마는 법 대신 주먹을 쓰던 변호사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절대 권력에 맞서 싸우며 진정한 무법 (武法) 변호사로 성장해나가는 거악소탕 법정 활극이다.

이야기는 안개처럼 고요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판·검사, 언론, 정치인이 결탁한 부패한 도시 기성에 법을 통해 법망을 빠져나가는 무법변호사 봉상필이 악을 소탕하고 정의를 세우는 이야기다.

진정한 정의와 치열한 공분의 가치, 숱한 불의와 싸우는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지켜야 하는 소중한 사람과 진정한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고자 기획된 작품이다.

‘개늑시’ 이후 11년 만에 만난 김진민 감독과 이준기는 서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매주 주말 밤을 뜨겁게 달굴 준비가 되어 있었다. 5월 8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무법변호사'의 네 주인공과 김진민 감독을 만났다.

◆ “이준기, 10년 더 먹고 살게 해 줄 작품”
매너리즘 극복한 이준기, '무법변호사'로 인생작 갱신할 가능성 셋
‘무법 변호사’는 한 남자의 복수, 두 변호사의 공조, 무법로펌과 절대 권력의 극렬한 대립 사이 주인공 봉상필(이준기)의 진화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법과 주먹을 겸비한 조폭 출신 변호사 봉상필 역을 맡은 이준기는 김진민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 감독은 보통 작품이라면 손을 안 대실 텐데, 뭔가 있기에 시작한다고 생각했다. 전화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술 한잔하는데 ‘이건 준기가 하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 ‘개늑시’를 넘어설 시너지를 내지 못할까 우려한거다. 하지만 여러 의견을 나누면서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감독이 ‘개늑시’가 제 터닝포인트라면 ‘무법변호사’는 그 이후로도 10년은 더 먹고 살게 해 줄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이 참 따뜻하고 고마웠다”라고 설명했다.

이준기는 긴 배우 생활을 이어가면서 매너리즘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인 부분을 보여주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책임감과 스트레스를 갖던 차에 김 감독을 만나 무엇인가 더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특히 최민수 선배와 연기를 하며 내 연기가 정형화된 게 아닐까 생각했고, 선배가 많은 부분 모니터링해주며 다양한 연기를 시도할 수 있게 했다. 최민수 선배의 연기는 옆에서 보면서도 많이 놀랐다. 이런 좋은 기회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진민 감독은 11년 만에 만난 이준기가 더욱 유연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 이준기는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지금도 태도와 열정은 변한 점이 없다. 그사이 엄청난 스타가 됐고 그럼에도 스태프를 챙기는 모습을 보고 ‘저 사람이 오래 가는데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이준기가 좋은 파트너로 붙어볼 만한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게 되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저와 함께라서가 아닌, 이 드라마를 통해 롱런하는 배우가 되길 바란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 이준기만 있냐고? 서예지·이혜영·최민수, 카리스마 대격돌
매너리즘 극복한 이준기, '무법변호사'로 인생작 갱신할 가능성 셋
이 드라마에는 흠잡을 데 없는 신구 연기파 배우들의 조합이 눈길을 끈다. 이준기부터 서예지, 이혜영, 최민수라는 명품 배우들로 이뤄진 ‘드림팀’은 연기 볼 맛을 예상케 했다.

김 감독은 연출하는 동안 항상 생각했던 조합이라며 “꿈을 이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캐스팅 전 많은 자문을 얻었고, 이들을 모두 모시기가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설마' 하는 기다림이 꽃을 피운 케이스”라고 말했다.

어시장 깡패에서 재벌 회장까지 올라온 야망남 안오주 역을 맡은 최민수는 이 작품에 대해 “휘뚜르마뚜루 멋에 겨워 찍는 것이 아닌 드라마”라며 “선과 악을 모호하게 다루고, 시청자들이 선악을 찾아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여러분이 ‘조리’하는 작품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혜영은 고결한 성녀의 얼굴 속 탐욕을 감춘 기성지법 향판 차문숙 역을 맞는다. 그는 “이기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여자로 기성을 쥐락펴락하는 절대자”라고 설명하며 “전작 ‘마더’ 촬영 당시 시놉시스를 접하고 선택보다는 운명처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구해줘’로 연기 스펙트럼을 인정받은 서예지는 봉상필과 공조하는 꼴통변호사 하재이 역을 맡는다. 그는 우울하고 다운된 역할을 벗어나기 위해 이번 작품에 출연을 결정했다.

서예지는 “액션드라마이기에 여배우들이 눈에 띄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지만 감독이 기회를 많이 주셔서 열심히 따라가고 있다”며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이 드라마에선 약자가 아닌 공동으로 나아가는 부분이 좋았다”라고 강조했다.

◆ '개늑시' 김진민 감독의 연출력 집합체
매너리즘 극복한 이준기, '무법변호사'로 인생작 갱신할 가능성 셋
이 드라마는 ‘개와 늑대의 시간’, ‘오만과 편견’ 등 장르물의 대가 김진민 감독이 영화 ‘변호인’, ‘공조’,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제패한 윤현호 작가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김진민 감독은 "제 연출력의 끝을 보게 될 작품”이라며 “두렵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김 감독은 “글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재밌다’였다. 복수극인 줄 알고 봤는데 왜 재밌지? 라는 의문문으로 다가왔다. 이를 돌파하고 싶었다”라고 연출 이유를 전했다.

또 “한 지역을 장악하는 악의 이야기가 중심축인 것은 맞다. 복수 관계의 변화가 드라마에 더 많이 녹아들어 있다. 그동안 무겁고 스타일 잡는 연출을 했다면 여기선 배우들이 스타일이 있기에 저는 그런 부분을 버렸다. 보는 분들은 낯설기도 하겠다. 하지만 연출로 플랜을 가지고 접근했던 부분이고, 재밌는 포인트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많은 법정물 중 ‘무법변호사’만의 차별점을 무엇일까. 김 감독은 주연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을 첫 째로 꼽았다. 그는 “배우가 차별점을 대변한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드라마는 결국 리얼리티를 느끼게 하고 상상력을 자극해야 한다. 시청자가 이야기 속으로 들어오는 이유는 배우 덕이라고 생각한다. 개개인이 가진 힘으로 흡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복수에 기반이 있지만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며 “주말 9시에 보기에 오락으로서도 손색없고, 퀄리티로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변성현 기자, 영상=신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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