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성우 "다양한 장르·역할에 도전"
“동갑내기 배우 윤균상은 좋은 친구입니다. 드라마 연기가 익숙하지 않은 저에게 구체적인 조언을 해줬죠. 특정 장면에 대해 상의할 때는 제 의견을 물으며 세심하게 챙겨줬어요. 드라마 초반에는 제가 연극 ‘엘리펀트 송’도 병행하고 있었는데 바쁜 가운데서도 그걸 직접 보러 와줘서 더 친해졌죠.”

오는 30일 종영하는 SBS 월화드라마 ‘의문의 일승’에서 ‘딱지’ 역을 열연한 배우 전성우의 말이다. 딱지는 극 중 주인공 김종삼(윤균상)이 사형수에서 가짜 형사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이 과정에서 전성우는 윤균상과의 브로맨스로 주목받으며 올해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기대주라고요? 기분 좋고 고맙죠. 하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어요.”

전성우는 ‘의문의 일승’을 촬영하며 두 편의 무대극에도 출연했다. 연극 ‘엘리펀트 송’과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다. 각각 애정결핍의 소년과 마약에 중독된 야쿠자 역을 맡아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줬다. 한꺼번에 여러 인물을 소화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도 전성우는 “몸은 힘들었지만 서로 다른 인물에 몰입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베테랑 신인’인 덕분이다.

2007년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로 연기를 시작한 전성우는 ‘인당수 사랑가’ ‘블랙메리포핀스’ ‘쓰릴미’ ‘여신님이 보고 계셔’ ‘엠.버터플라이’ ‘데스트랩’ ‘베어 더 뮤지컬’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등 숱한 연극과 뮤지컬을 거쳤다. 전쟁 트라우마에 빠진 북한군부터 여장남자, 동성애자,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소년까지 해석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들을 두루 연기했다. ‘틀에 박힌 이미지는 싫다’는 생각에서였다.

“사람들은 저를 보고 어리고 여리고 수동적이며 조용한 이미지를 떠올려요. 특정 이미지가 생긴다는 것은 배우에게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그런 이미지가 제 연기에 한계를 만들지 않도록 다양한 장르와 역할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전성우가 이런 역할을 한다고?’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끔 말이죠.”

전성우는 2015년 SBS ‘육룡이 나르샤’에 출연하며 TV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이듬해 KBS2 ‘뷰티풀 마인드’에 출연했고 지난해에는 옴니버스 형식의 독립영화 ‘더 테이블’(감독 김종관)로 스크린에도 진출했다.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전성우는 “잔잔한 일상을 그린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연기해보고 싶다”고 희망했다.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 시간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죠. 제 이름을 알리는 것보다 작품 속의 역할로서 ‘그 사람, 참 좋았다’는 말을 듣는 것이 더 고맙고 만족스럽습니다. 앞으로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계속 연기하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손예지/사진=이승현 한경텐아시아 기자 yeji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