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 '부산행' 흥행 분석…"위기속 개인ㆍ집단 갈등 조명"

영화 '부산행'은 한국의 현 사회상황을 교직한 매우 영리한 영화이며, 이것이 흥행원인이라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영리한 영화'(Food for thought in brainy flick)란 제목의 기사에서 '부산행'은 좀비 영화의 형식을 빌렸지만, 위기에 빠진 한국 사회의 현실을 다각적으로 조명했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에서 다소 생소한 좀비 영화가 '흥행 대박'을 기록한 것은 사회적 불안감을 영화 문맥 속에 적절히 반영함으로써 국민의 민감한 정서를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그러면서 영화 '부산행'은 사회적 위기 상황 속에 집단과 개인 간 갈등을 화두로 삼아 과도한 경쟁사회가 빚어낸 개인 이기주의 발호를 꼬집은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정부와 사회 지도층이 폭발 일보 직전에 놓인 계층 간 갈등을 해결할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국민의 불신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을 영화는 놓치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부산행'에서 최고의 악당으로 철도회사 임원을 내세운 것은 현 한국 관료사회의 부조리를 은연중에 비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개·돼지 발언'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특히 이 영화를 보면 한국에서 지난해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고 신문은 밝혔다.

메르스 사태가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희생자가 늘어났음에도 정부가 감염환자 격리에 실패하고 국민에게 메르스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아 사회적 혼란이 가중된 것을 우회적으로 풍자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2006년 봉준호 감독의 '괴물' 이후 한국의 영화감독들이 사회적 메시지를 직접 드러낸 영화들을 내놓고 있다고 전하며 앞으로도 이 같은 사회현실을 반영한 영화들이 잇따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