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극 '리멤버-아들의 전쟁'…3회 만에 시청률 두자릿수…"일단 한번 보면 절대 눈 못 떼요"
지난 9일 첫 방송을 한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의 출발이 심상치 않다. 3회 만에 시청률이 두 자릿수에 진입한 뒤 17일 방영한 4회는 14.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른바 ‘금수저’의 화려한 삶, 살인과 성폭행, 누명을 쓴 사형수 등 자극적인 소재를 총동원했다.

SBS 수목극 '리멤버-아들의 전쟁'…3회 만에 시청률 두자릿수…"일단 한번 보면 절대 눈 못 떼요"
주인공 서진우가 억울한 살인 누명을 쓴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내는 것이 극의 큰 줄기다. 가난한 집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진우는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다. 사소한 일부터 과거에 느꼈던 감정까지를 모두 선명하게 기억한다. 반면 아버지 재혁은 치매 환자다. 청소부로 일하다 우연히 재벌가 아들에게 살해당한 여대생의 시신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 쓰러진다. 자신이 왜 시신 근처에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재혁은 살인 용의자 누명을 써 사형을 선고받는다.

빠른 전개와 거듭되는 반전이 극의 특징이다. 누명과 음모, 조력자의 배신이 예사로 일어난다. 10일 방영한 2회는 진우가 아버지를 위해 실력 있는 변호사를 찾는 내용으로 채웠다. 진우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무조건 승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는 변호사 박동호(박성웅 분)를 찾아간다. 동호는 사건을 절대 맡지 않을 것처럼 버티다가 2회 마지막 부분에 뜬금없이 “많이 기다렸제?”라며 법정에 나타난다.

자신만만한 얼굴로 등장한 동호는 이어지는 4회에서 갑자기 재혁의 변호를 포기한다. 재혁은 유죄 판결을 받고, 진우는 법정에서 오열하며 변호사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같은 회 말미에 스물두 살이 된 진우는 정식 변호사가 돼 법정에 들어선다.

극의 전개를 빨리 하느라 헐거워진 개연성은 독특한 소재로 메운다. 사건이 늘어질 때마다 진우가 가진 초능력 수준의 기억력이 문제를 해결한다. 가난한 환경에서 고생하던 진우는 동호가 1억원이 넘는 변호사 수임료를 요구하자 반나절 만에 현금 다발을 들고 나타난다. 비현실적인 장면에 기억력 천재가 불법 카드 도박장에서 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극적인 효과가 난다.

산만한 이야기는 배우들의 열연이 지탱한다. 전광렬은 탁월한 연기로 시청자가 극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한다. 군 제대 후 3년 만에 지상파에 복귀한 유승호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는 변호사이자 아버지를 위하는 아들의 모습을 설득력있게 표현한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어디선가 본 듯 뻔하다는 점은 아쉽다. 악역 남규만(남궁민 분)은 사치와 방탕을 일삼는 재벌 2세다. 청소부를 물건 취급하고, 살인을 저지른 후 검사를 매수해 빠져나간다. 일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자 제 화를 못이겨 비서의 목을 조른다. 올해 13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베테랑’ 속 조태오의 드라마 버전이다.

등에는 용 문신을 하고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동호를 연기하는 박성웅, 정의롭지만 엉뚱한 이인아 역을 맡은 박민영도 각각 전작과 비슷한 인물을 연기한다. 배우 남궁민은 “남규만이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와 비슷한 역할이긴 하지만 인물의 세부적인 이야기는 다르다”며 “굳이 의식하지 않고 연기한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