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광우병 보도' 무죄] 민사소송선 '정정보도' 판결났는데도 "모두 무죄"
법원이 20일 PD수첩 제작진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편향적 판결'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국회 공중부양' 사건의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과 시국선언문 발표를 주도한 전교조 교사들에 이어 PD수첩 제작진도 면죄부를 받으면서 "판사들이 법리보다는 이념적인 성향에 따라 판결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원 측은 그러나 "판사들이 법리에 의해 판결할 뿐"이라며 맞서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위절제 환자를 광우병으로 보도…"허위 아냐"

PD수첩 사건에서 쟁점이 된 것은 △미국 도축장의 주저앉는 소 △광우병 의심 환자 아레나 빈슨의 사망원인 △빈슨 어머니 인터뷰 왜곡 여부 △번역가 정지민씨의 '번역 왜곡' 증언 △한국인의 광우병 발병 가능성 △광우병 위험물질 수입 여부 △한국 협상단의 실태조사 소홀 여부 등 7가지다. 이 가운데 '주저앉는 소','한국인 광우병 발병' 등 일부는 앞서 민사상 정정보도 소송에서 허위로 판결이 났다. 서울중앙지법은 그러나 7가지 모두에 대해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PD수첩은 방송에서 미국 도축장에서 주저앉는 소를 인부들이 전기충격기 등을 통해 억지로 세우는 장면을 보여준 후 "광우병 걸린 소가 도축되기 전 모습도 충격적"이라며 사실상 '광우병 소'로 단정지었다. 법원은 그러나 "동영상에 등장하는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단정할 수 없어 허위 사실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고소인인 민동석 외교통상부 외교역량평가단장은 이에 대해 "기침하는 사람은 모두 결핵환자라고 하는 것과 같은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아레나 빈슨의 사망원인에 대해서도 검찰은 "당시 사망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PD수첩도 이를 알고 있었는데도 빈슨 어머니의 인터뷰를 왜곡해 광우병으로 단정했다"고 봤다. 법원은 그러나 "빈슨이 광우병 의심진단을 받은 상태에서 사망해 허위라고 볼 수 없다"며 검찰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빈슨의 사인은 PD수첩 보도 이후 비만치료를 위한 위절제 수술 후유증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PD수첩 '광우병 보도' 무죄] 민사소송선 '정정보도' 판결났는데도 "모두 무죄"
◆'빨치산'은 유죄,'매국노'는 무죄?

PD수첩 진행자의 민 단장 등에 대한 모욕적 언사도 무죄를 받아 논란이다. 송일준 PD는 방송에서 "과거 친일 매국노들처럼 오늘 혹 우리 자신은 특히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역사에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부분을 명예훼손으로 판단했으나 법원은 별다른 언급없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주사파'나 '빨치산'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에 반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법원은 2002년 한 월간지가 민주노총의 투쟁방법에 대해 '공산게릴라식 빨치산전투'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 비유라 하더라도 감정적이고 모멸적인 언사에 해당해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민 단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인의 광우병 발병 가능성' 보도를 "가장 악의적인 보도"라며 무죄 판결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나타냈다. 법원은 "한국인이 광우병 걸린 소를 먹었을 경우 발병 가능성이 94%라는 것은 과장이지만 한국인 유전자형을 분석해 발병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은 허위가 아니다"라고 봤다. 그러나 민 단장은 "광우병과 관련해 한국인과 같은 유전자형을 가진 인구가 세계 인구의 23%"라고 반박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6월 "우리나라 국민이 광우병에 더 걸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한국 정부가 미국 도축 시스템을 잘 알지 못했다" 등 보도 내용에 대해 정정 보도를 판결했다. PD수첩 측 변호인은 이에 대해 "민사상 정정보도 판결은 세부적인 내용이 틀렸다는 것이고 중요한 내용은 이번 판결에서 보듯 맞다"며 "민사 판결에 대해서는 항소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