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사진 작가 배병우씨(59 · 서울예술대학 교수)와 김아타씨(53)가 올 하반기 나란히 유럽에서 작품전을 열고 '사진 한류'에 도전한다.

'소나무' 작가로 유명한 배씨는 세계 최고 권위의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6월7일~11월22일)그룹전에 참여하는 데 이어 스페인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에서 헤네랄리페 재단의 공식 초청을 받아 대규모 작품전(7월15일~9월13일)을 가질 계획.

'찰나의 미학'으로 잘 알려진 김씨는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 초대된다. 두 사람은 그동안 국내외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쌓아 온 터라 이들의 작품이 유럽에 모인 세계적 컬렉터들로부터 어느 정도 작품성을 인정받을지 주목된다. 이들이 전시회에 맞춰 대형 사진집까지 출간해 홍보 마케팅을 벌이기로 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안개 낀 소나무와 풍경 사진을 통해 한국적 정체성을 형상화해 온 배씨의 작품은 양과 음의 대비가 가져다주는 단순함의 미학이 매력이다.

그의 이번 스페인 초대전에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알함브라궁전과 헤네랄리페정원의 사계절 풍경 사진 30여점이 걸린다.

스페인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지난 2년 동안 10여 차례 이곳을 방문해 찍은 작품들이다. 또 산,하늘,나무,호수 등 고즈넉함과 정겨움이 흠뻑 배인 풍경 사진들도 선보인다.


전시회에 맞춰 알함브라 공식 사진집도 발간돼 세계 각국에 판매될 예정이다. 배씨는 이에 앞서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그룹전에도 참가해 안개 낀 소나무 풍경 사진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동양인 사진 작가 최초로 2006년 스페인 마드리드 티센미술관의 초청을 받아 개인전을 가졌으며 지난해 12월 말에는 독일의 세계적인 미술전문 출판사인 하체 칸츠에서 사진집 '성스러운 나무'를 출간했다.

오는 6월7일부터 3개월간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 초대된 김씨는 전통 사진기법에서 벗어나 카메라 렌즈를 통해 '사라지게 함으로써 존재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역설적인 찰나의 미학을 창출해낸 작가.

실험성과 패기로 똘똘 뭉친 그의 이번 전시에는 뉴욕,로마,델리 등 각국 대도시에서 각각 1만여 컷을 촬영한 뒤 도시별로 이를 겹쳐 놓은 회색 톤의 '인달라(비와 천둥의 신)' 시리즈를 중심으로 약 30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다층적으로 결합된 시공간에 표현된 '인달라' 시리즈 작품들은 '존재하는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진다'는 그의 작업 개념과 맥이 닿아있다.

김씨 역시 오는 4월에는 하체 칸츠를 통해 사진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김씨는 2006년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으로 뉴욕의 세계적인 전시공간인 국제사진센터(ICP)에서 개인전을 통해 주목받았다.

이옥경 가나아트갤러리 대표는 "세계적으로 30~40대 영상 디지털 세대가 경제 주체로 떠오르면서 사진 컬렉션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사진이 순수예술의 영역으로 확실히 진입,미술시장의 또 다른 블루칩이 될 것"이라며 "이들의 유럽 전시는 독창성을 지닌 한국 사진예술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