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경쟁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과 '님은 먼곳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수록된 노래들도 화제다.

각각 다른 스타일의 영화인 만큼 수록곡들의 분위기도 다르다.

'놈놈놈'의 음악 중 대표곡은 예고편과 영화의 하이라이트에 등장하는 70년대 라틴음악 '돈 렛미 비 미스언더스투드'(Don't let me be misunderstood).
스페인 출신 혼성그룹 '산타 에스메랄다'가 1977년 히트시킨 이 노래는 라틴풍이지만 당시 디스코 열풍을 이끌기도 했다.

특히 국내에서 유행하던 고고장에 자주 등장하며 인기를 모았다.

경쾌한 심장 박동소리처럼 들려오는 노래의 리듬은 말을 타고 달리는 세 '놈'의 모습과 겹치면서 한국형 웨스턴의 스타일을 살리고 있다.

음악이 젊은 관객들에게도 익숙하다면 '킬빌'을 통해서일 가능성이 많다.

같은 음악은 '킬빌'에서 우마 서먼과 루시 리우의 결투 장면에도 배경으로 등장한다.

'놈놈놈'의 음악은 보통 후반작업 때 음악작업이 시작되는 여느 영화들과는 달리 촬영 단계에서부터 김지운 감독이 직접 영화에 쓰일 음악을 정해놓고 화면 편집과 함께 다시 음악을 편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와일드하되 마초적이지 않고 다양한 색깔을 가지되 과도하지 않는, 장면의 리듬감을 앞뒤로 끌어가는 음악을 만들려고 했다"는 게 음악을 맡은 달파란과 장영규 음악감독의 이야기다.

제목부터 김추자의 노래에서 따온 영화 '님은 먼곳에'는 김추자의 노래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로 음악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영화는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과 함께 '이준익 감독의 음악영화 3부작'으로 불릴 정도. 특히 영화 속 노래는 주인공 순이의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한편 캐릭터의 매력을 강조하는 데 사용되는 까닭에 특히 중요하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노래는 '님은 먼곳에', '늦기 전에',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대니보이', '수지Q' 등 5곡. 모두 여주인공 순이 역의 수애가 직접 불렀다.

영화 초반 시골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반주 없이 부르는 '늦기 전에'나 절정 부분에서 수애의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님은 먼곳에'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관객들의 귓가에 맴돈다.

수애는 "감독님이 흉내 내거나 모창하는 식으로 노래를 부르지 말고 감성을 담아 부르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서 힘을 준 음악은 '더 벤쳐스'의 1960년대 명곡 '파이프 라인'(Pipe line). 영화의 말미 메인 캐릭터 한석규와 차승원이 함께 있는 순간에 흘러나온다.

한차례 격돌한 뒤 같은 차에 타게 된 두 사람이 담배를 나눠 피울 때 이 음악이 나온다.

곽경택 감독은 이 장면을 찍을 때 자신이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파이프 라인'을 떠올렸고 현장에서 즉석으로 편집본에 음악을 깔아본 뒤 바로 배경 음악으로 낙점했다.

감독이 음악을 통해 의도한 것은 영화 전반의 정서인 휴머니즘이 드러나는 것. 곽 감독은 "두 인물이 나누는 정서적인 교감을 신나는 리듬감과 하모니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