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 마이 보스!'는 '브레이킹 더 웨이브'(1996년)와 '어둠 속의 댄서'(2000년), '도그빌'(2003년) 등 실험적인 스타일로 유명한 덴마크 출신 감독 라스 폰 트리에의 첫 정통 코미디다.

영화 도입부에서 폰 트리에 감독은 영화의 배경인 덴마크의 한 빌딩 창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춘다.

관객이 제 눈을 의심하는 순간 감독은 보이스오버를 통해 "이 영화는 코미디로, 무해하며 설교를 하지도 않을 테니 너무 긴장하지 마시라"고 관객을 토닥인다.

폰 트리에 감독의 약속대로 이 영화는 과장된 캐릭터와 핑퐁 치는 대사, 잘 꾸며진 상황, 적절한 사회적 풍자로 어느 모로 보나 코미디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관객이 편하게 화면을 따라가면서 배꼽 잡게 하는 친절한 영화는 아니어서 '이것은 코미디지만 코미디가 아닌' 경지에 있다.

정보기술(IT)업체 사장 라운(피터 갠츨러)은 10년간 회사 창립 멤버 6명에게조차 신분을 속이고 평사원 행세를 해 왔는데 이유는 단 하나, 가족 같은 동료로 남아 직원들의 미움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라운은 회사 대표로서의 잔인한 결정은 모조리 실체 없는 사장이 내린 것으로 떠밀었다.

라운은 결국 직원들에게 가장 욕먹을 결정, 아이슬란드 업체에 회사를 매각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사장 행세를 해줄 대역 배우 크리스토퍼(젠스 알비누스)를 섭외한다.

섭외 계약대로 하면 가짜 사장은 매매 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되는데 대면해선 안 되는 직원들과 직접 마주치고 그동안 진짜 사장이 직원들에게 가짜 사장 명의로 보낸 이메일 내용까지 뒤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꼬이면서 상황은 점입가경이 된다.

아이슬란드 업체의 변호사로 가짜 사장 크리스토퍼의 전처가 등장하고 크리스토퍼가 사장의 방침에 반발하는 직원들의 미움을 피하기 위해 '사장님 위의 사장님'을 만들어내는 순간은 관객에게 웃음의 절정을 선사한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폰 트리에 감독은 도입부의 약속과 달리 영화 중간중간 느닷없이 삽입되는 감독의 보이스오버와 철학적인 대사, 낯설고 무심한 화면으로 관객을 바짝 긴장시킨다.

폰 트리에 감독이 관객과 영화 간 소통의 벽을 없애기 위해 시도했다고 밝힌 '오토마비전' 기법도 오히려 관객에게 긴장감을 준다.

이 방식은 촬영장 여러 곳에 카메라 위치를 정해놓고 찍은 뒤 촬영된 장면들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무작위로 선정해 화면을 구성하는 것으로, 영화 크레디트의 촬영감독으로도 오토마비전이란 단어가 올라 있다.

결국 영화에서는 등장인물이 화면에서 갑자기 사라지는가 하면 인물을 텅 빈 화면 한 귀퉁이에 몰아넣기도 하고 배우들의 머리 윗부분이 화면에서 수시로 잘려나가기도 한다.

새로운 실험에 더해 자본주의에 대한 조롱과 분위기를 뒤트는 결말도 사람과 조직체를 향한 폰 트리에의 주제의식을 미약하게나마 보여준다.

두 주연배우 알비누스와 갠츨러의 콤비 연기가 훌륭하고 거래처 사장 역의 프리드릭 토르 프리드릭슨과 창립 멤버 6총사 역할의 배우들도 각자 맡은 독특한 성격의 인물들을 잘 살려냈다.

14일 개봉. 관람등급 미정.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