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감독 모지은의 데뷔작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는 최상의 결혼조건을 갖춘 남자를 찾는 여자들의 심리를 추적한 로맨틱 코미디다. 신분과 조건을 뛰어넘는 꿈 같은 사랑에 대한 소망이 배면에 깔려 있다. 남녀가 만나 티격태격하다가 맺어지는 공식에서 벗어나 한 여성이 '백마 탄 왕자'를 짝사랑하다가 마침내 맺어진다는 점에서 여성의 눈으로 본 연애담이다. 결혼정보회사의 커플매니저 김효진(신은경)은 남들의 짝을 찾아주는 데는 '선수'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반쪽을 찾는 데는 '미숙아'다. 남자친구 정준(공형진)과는 허물 없는 사이지만 우정 이상의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반면 외모 재산 학벌 등에서 완벽한 조건의 고객 현수(정준호)에게 단번에 끌린다. 하지만 그녀는 커플매니저로서 현수를 다른 여성과 중매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야기의 핵심은 '사랑의 역설'이다. 효진은 결혼을 비즈니스로 삼는 직업인이지만 자신의 결혼만은 비즈니스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녀의 고객들은 엇비슷한 학력과 직업 재산 취미 등을 '거래'함으로써 결혼한다. 외적인 조건에서 효진보다 한 단계 위인 현수와의 거래는 비즈니스 공식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효진의 여자친구 삼총사가 '싱글'인 이유도 너무 '높은' 상대를 원하기 때문이다. 삼총사는 극장에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도식성을 비난하거나 결혼식장에서 예식의 상투성을 질타하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효진이 1년 전에 헤어진 남자친구 사진을 회사 책상 위에 올려 놓고 지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남자친구의 부재는 적령기의 주류 여성사회에서 밀려났음을 뜻한다. 여러 커플들에 대한 다양한 묘사는 흥미를 주기는 하지만 주제를 희석시키는 약점이 있다. 효진과 현수의 만남에는 우연성의 개입이 지나치다. 효진과 대조적으로 현수의 캐릭터는 개성이 없다. 그저 준수한 용모로 만면에 미소를 지을 뿐이다. 이 시대 여성들이 원하는 왕자들의 모습이 그런 것일까. 8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