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올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수상작이자 일본 사상 최대의 흥행작(2천3백40만명)이다. 이 작품은 소녀의 환상적인 모험을 다룬 일본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오즈의 마법사". 일본적인 감수성에 바탕한 기상천외한 상상이 일품이다. 소녀 치히로는 부모와 이사도중 폐허가 된 놀이공원에 들어간다. 부모는 식사도중 갑자기 돼지로 변하고 치히로는 괴물들에게 쫓긴다. 괴물들은 정령들이며 이곳은 정령들의 세계다. 마녀 "유바바"가 운영하는 온천장에는 웨이터 개구리,석탄을 나르는 숯검댕이,여섯 개의 팔을 가진 가마할아범 등이 종업원으로 일한다. 각양각색의 신들이 고객으로 온다. 이 작품은 미야자키 감독 전작들의 집대성으로 부를 만하다. 귀여운 숯검댕이들과 토토로를 닮은 무의 신은 전작 "이웃집 토토로"에 등장한 캐릭터를 연상시키고 센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모습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비행장면과 유사하다. 센은 치히로와 동일 인물이다. 정령들의 온천장에 취직하려면 치히로란 본명을 잊고 센이란 이름을 받아야 한다. 물질문명에 자아를 잃어버린 현대인을 상징한다. 오물신이 인간들의 온갖 쓰레기들을 토해낸 뒤 승천하는 대목은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다. 얼굴없는 신이 뿌리는 황금에 개떼처럼 달려드는 정령들의 모습은 배금주의를 효과적으로 비판한다. 그림의 표현양식은 헐리우드의 애니메이션과 차별화된다. 마녀 유바바는 일본의 전통탈 이미지를 차용했다. 전통가옥과 음식 옷 문자 등 배경과 소품도 철저히 일본적이다. 파격적인 구도는 관객들을 압박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가령 화면에서 마귀할멈이나 그녀의 아기는 지나치게 크게 묘사한 반면 센은 매우 작게 표현함으로써 균형감을 무시한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선 소녀의 수줍음이 "볼의 홍조"로 표현되지만 여기서는 광대뼈부근에 선을 긋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동양적인 이미지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28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