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5년째 매진사례를 이어가고 있는 뮤지컬 ''시카고''가 국내 무대에 오른다.

신시뮤지컬컴퍼니는 브로드웨이 최고의 스타였던 밥 포시가 연출하고 안무한 이 작품의 96년 버전을 수입해 다음달 8일부터 1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밥 포시 스타일의 고난도 안무,1920년대 정통 재즈음악,탄탄한 드라마가 어우러진 명작이어서 연말 뮤지컬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처음에는 연극으로 출발했다.

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인기와 명성에 집착하는 두 여자배우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이 얘기의 뼈대.

이를 통해 부와 명성의 덧없음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밥 포시는 이 연극이 뮤지컬로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1975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렸다.

그러나 당시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섹시하고 매력적인 뮤지컬이었지만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고발성이 강했던 탓으로 보인다.

가정폭력과 물질만능사회의 치부,사형수도 무죄로 만들 수 있는 미국 사회의 모순 등을 그려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검은색 일색의 의상이 그런 부정부패 사기 강간 죽음 등을 암시하기도 한다.

물론 극의 마지막 부분에선 프랑스 희극처럼 꿈을 갖고 살아가자는 희망적 메시지도 담고 있다.

브로드웨이 시스템은 그러나 ''시카고''의 진가를 잊지 않았다.

지난 96년 월터 바비가 연출,앤 라인킹이 안무를 맡아 ''시카고''를 부활시켰다.

재즈뮤지컬에 대한 향수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다시 부상하고 있는 브로드웨이의 분위기 덕이었을까.

''시카고''는 ''렌트''''라이프'' 등과 함께 브로드웨이의 간판작품으로 떠올랐다.

98년 토니상 6개 부문(뮤지컬 리바이벌상,연출상,안무상 등)을 석권하고 영국 올리비어상,그래미상(최고 뮤지컬 앨범상) 등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카고''의 음악은 초창기 재즈인 딕시랜드(1890~1920) 재즈의 후기스타일이 중심.

베이스 대신 튜바를 저음악기로 사용하고 클라리넷의 비중도 높은 특징을 보인다.

어렵고 잘 와닿지 않는 현대재즈에 비해 경쾌하고 신나는 대중적인 스타일이다.

현대적인 감각과 빠른 템포,비트도 가미해 익숙한 음악으로 다가온다.

한국 무대를 빛낼 캐스팅으로는 가수 인순이가 먼저 눈에 띈다.

두 여주인공인 벨마와 록시 중 벨마역을 맡아 뮤지컬계에 데뷔한다.

인순이는 "콧대를 세우며 록시를 제압해보려는 원래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다짐한다.

록시역에는 최정원과 전수경,두 라이벌이 더블캐스팅됐다.

각각 조금씩 다른 색깔의 록시를 연기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모은다.

록시를 돕는 변호사로는 허준호와 주원성이 나온다.

미국의 재즈전문밴드를 초청해 ''박칼린과 캐츠''로 프로젝트밴드를 구성,연주한다.

(02)577-1987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