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68).

그는 늘 혁명적이고 획기적인 창작아이디어로 세계미술계의 흐름을 바꾸어왔다.

한때 플럭서스(전통을 파기하고 예술과 삶의 접목을 시도한 급진적 미술운동)그룹의 중심에 서기도 한 그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쉴새없이 탈바꿈함으로써 새로운 예술에 목말라하는 급진파 미술인들의 갈증을 풀어줬다.

미국 아트뉴스지는 지난 1세기 동안 가장 영향력있는 예술가 25인에 피카소 모네등과 함께 그를 포함시켰다.

그가 40년의 예술인생을 돌아보는 회고전을 한국에서 갖는다.

21일부터 10월29일까지 호암갤러리(02-771-2381)와 로댕갤러리(02-2259-7781)에서 동시에 열리는 "백남준의 세계"전.

지난 2~4월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려 대성황을 이뤘던 그의 전시작품들이 대부분 옮겨진다.

출품작은 새천년을 맞아 새로 제작한 레이저작품을 비롯,비디오아트,플럭서스시대 초기 작업등 1백여점이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로댕갤러리에 설치된 레이저아트 ''동시변조''.

국내에 처음 발표되는 이 작품은 채광유리건축물로 유명한 로댕갤러리의 글래스 파빌리온(원형전시장)을 암실로 만들어 레이저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이안에 상설 전시되어있는 "지옥의 문"은 금속판으로 가려지고 그위에 물과 거울을 이용해 8m높이의 "야곱의 사다리"가 지그재그로 설치된다.

이는 바닥으로부터 천장에 다다르기위해 빛의 반사를 이용해서 힘겹게 사다리를 오르는듯한 형상으로 구원을 얻으려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전시장 중앙에는 50대의 TV모니터와 함께 천장스크린에 레이저그래픽이 전시된다.

이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는 소용돌이 패턴사이에 주역의 괘를 그려넣어 이세계가 우주의 원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성요소가 한데 어울려 결국에는 "동시변조"라는 환상적인 작품이 만들어진다.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모짜르트의 진혼곡을 조용히 연주하며"는 백씨 자신도 걸작으로 손꼽는 작품으로 역시 국내 처음 공개된다.

로댕갤러리 외부에 전시되는 이작품은 20세기 테크놀로지의 대표적 성과물인 자동차에 폐기처분된 TV모니터가 적재돼 모짜르트의 진혼곡을 연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호암갤러리에는 비디오아트작업 중심으로 전시된다.

이 가운데서도 "조정된 피아노"는 가장 눈길끄는 작품.

1963년 독일에서 열렸던 그의 첫개인전 "음악전람회-전자텔레비전"에 출품됐던 작업.

피아노연주 대신 가시철사나 인형 사진 장난감 브레지어 깨진달걀등 각종 잡동사니를 피아노에 부착한 작품이다.

테크놀로지와 자연이 결합한 형태의 "TV정원"도 지나치기 아까운 작품으로 정원같은 숲에 1백80여대의 TV모니터를 설치,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와함께 "촛불 프로젝션""참여TV""임의적 접근""비디오물고기""TV시계"등도 비디오아트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이다.

현재 뉴욕에 살고 있는 백씨는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진후 거동에 많은 불편을 겪고 있으며 최근엔 백내장까지 겹쳐 신체적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창작열을 불태우며 꾸준히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관람료 어른 8천원,초.중.고 5천원.

월요일 휴관.

윤기설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