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 31일 오후 5시 10분
사진=허문찬 기자
사진=허문찬 기자
SK그룹의 지주사인 SK㈜가 세계 1위 동박 기업인 왓슨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 매각이 성사되면 투자 3년여 만에 1조원대 차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매각 대금을 전기차·반도체·바이오 등 성장산업 내 유망 기업에 재투자해 투자 전문 지주회사로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계획이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는 보유 중인 론디안왓슨뉴에너지테크(론디안왓슨) 지분 30%를 매각하기 위해 최근 복수의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대상으로 투자설명서를 배포했다. 론디안왓슨은 특수목적회사(SPC)로 중국에 본사를 둔 왓슨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 홍콩이나 미국 증시 입성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고 있다. 상장 전 지분을 매입해 IPO 이후 차익을 노리는 글로벌 PEF의 투자 수요와 매각 차익을 조기에 확보하려는 SK㈜의 결정이 맞물리면서 협상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SK㈜는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총 3800억원을 론디안왓슨에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최대 주주는 중국 내 투자사인 D&R그룹이다.

왓슨은 배터리 음극 집전체로 사용되는 동박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다. SK㈜의 투자를 받은 뒤 2차전지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지난해까지 매출이 연평균 50%씩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 1조4697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608억원을 거뒀다.

동박업체 선점 적중…SK㈜, 원금 3배 수익
투자전문사 입지 굳혀

SK㈜가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왓슨의 전체 기업가치는 4조원대 중반에서 5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SK㈜가 보유 중인 30% 지분 가치만 놓고 보면 1조3500억~1조5000억원이다. SK㈜가 왓슨 지분 확보를 위해 총 3800억원을 투입한 것을 고려하면 매각 차익이 1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SK㈜는 이르면 연말까지라도 거래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31일 “거래가 완료되면 SK㈜는 투자 원금의 세 배 가까운 수익률을 거두게 될 것”이라며 “투자전문지주회사로 변신을 추진한 SK㈜가 최대 회수 성과를 달성했다는 의미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2차전지 열풍이 거세게 불기 전인 2019년 일찌감치 왓슨 지분을 확보하며 동박 시장 선점에 나섰다. 동박은 구리를 얇게 펴서 만든 박막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재로 사용된다.

SK그룹은 왓슨 투자 직후인 2020년 SKC를 통해 국내 동박 업체인 SK넥실리스(옛 KCFT)도 인수했다. CATL 등 중국 현지 기업 판매망을 갖춘 왓슨과 국내 배터리사 및 글로벌 완성차를 고객으로 둔 SK넥실리스를 통해 ‘투 트랙’으로 동박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이번 지분 매각을 시작으로 작년 이후 국내외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 등으로 중단됐던 SK㈜의 투자비 회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SK㈜가 2020년 약 36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오른 친데이터, 약 700억원을 투입한 미국 차세대 배터리 소재 업체인 SES 등이 투자비 회수를 위한 잠재적 매각 대상 자산으로 꼽힌다.

SK㈜는 이날 국내 최대 카셰어링 업체 쏘카 지분 17.9% 전량을 롯데렌탈에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최대 1462억원 규모로, 내년 9월 주식 매매계약이 완료될 예정이다.

SK㈜는 이번 투자 회수로 확보할 현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고성장이 예상되는 배터리 및 전기차산업 밸류체인 유망 기업에 재투자할 방침이다. SK㈜는 사내 첨단소재(배터리·반도체 소재), 바이오, 그린(탈탄소산업), 디지털(인공지능 및 정보기술) 등 네 개의 투자센터를 두고 국내외 유망기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