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내용의 ‘국가 재정 책임법’에 서명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예상 시점을 이틀 남기고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불안감이 여전하다. 미국 재무부가 대규모 국채 발행에 나서면서 시장의 유동성을 대거 흡수하는 ‘구축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조달러 유동성 축소 전망

美, 디폴트 위기 넘기니 이번엔 '구축효과' 우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국가 재정 책임법’에 서명했다. 지난달 31일 하원에 이어 이달 1일 상원을 통과한 합의안은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곧바로 효력을 얻었다.

미 재무부가 국가 부도를 경고한 6월 5일을 단 이틀 앞두고 미국은 앞으로 2년간은 디폴트 우려를 해소하게 됐다. 합의안은 2025년 1월까지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대신 2024회계연도 지출을 제한하고 2025년에는 예산을 최대 1%만 증액하는 상한을 두는 내용이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의 가장 큰 걸림돌을 해결했지만, 시장에선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미국 재무부는 금고를 채우기 위해 국채 발행 규모를 대폭 확대할 것”이라며 “은행 위기 여파 속에서 국채 발행마저 급증하면 시중 유동성이 크게 축소될 수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1월 19일 부채한도 상한에 도달한 뒤 특별조치를 통해 자금을 융통해왔다. 부채한도 유예로 미국 재무부는 국채를 발행해 부족해진 국고를 채워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은행 고객들은 예금을 빼서 수익률이 높은 국채를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재무부가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은행 위기 이후 중소 은행에서 예금이 대규모로 이탈하고 있는데 이들 은행의 재정 상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JP모간은 광범위하게 계산했을 때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 조정 이후 시장의 유동성이 1조1000억달러(약 1441조원)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JP모간은 또 국채 발행이 급증하면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긴축(QT) 상황과 맞물려 올해 주식 및 채권 합산 수익률이 5%가량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피치, 미국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유지

씨티그룹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씨티그룹은 S&P500지수가 두 달 동안 5.4% 하락하면서 유동성이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크 월러 씨티그룹 글로벌 거시전략 책임자는 “(국채 발행 이후) 은행의 예금 감소라는 전형적인 역풍이 불어올 것”이라며 “S&P500 주식을 보유하기에 좋은 시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에드 클리솔드 네드데이비스리서치 전략가는 “재무부의 유동성 흡수 충격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재무부와 Fed가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게 조절할 것이고, 그동안 5조달러 이상 유입됐던 머니마켓펀드(MMF)에서 많은 채권 구매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미국의 디폴트 우려 속에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한 전망을 유지했다. 피치는 “향후 2년 동안 재정적자를 완만하게 줄이게 된 것은 긍정적 고려사항”이라면서도 “부채한도를 둘러싼 정치적 교착상태와 막판 협상 중단은 부채 문제 관리에 대한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전날 밝혔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