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우려 기업' 구체적 적용범위 관건…'中과 협력'·'脫중국' 동시 노력
'IRA 요건 충족' 북미 투자도 확대…"IRA 전략적 활용 가능"
IRA세부지침 주시하는 배터리업계…'中딜레마' 속 공급선 다변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의견 수렴 기간이 이달 중순 종료되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가 IRA 추가 세부지침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IRA는 '해외우려 기업'(FEOC)의 핵심 광물이나 배터리 부품을 사용한 경우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미국은 지난해 말 발표한 IRA 백서에서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을 FEOC로 지정했지만, 이들 국가의 지분 비율 등 구체적인 적용 범위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 속에 조만간 공개될 FEOC 관련 추가 지침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의 공급망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국내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 등에서 부가가치 50% 이상을 창출하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만약 FEOC 세부지침에서 '무조건 중국산 원료를 쓰면 안 되고, 중국합작 회사의 제품도 안 된다'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IRA세부지침 주시하는 배터리업계…'中딜레마' 속 공급선 다변화
◇ 외면할 수 없는 中…최대 핵심광물에 최대 전기차 시장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IRA와 함께 딜레마에 처해 있다.

IRA 조항에 따른다면 중국과의 협력이 미국 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되지만, 단순히 IRA만을 의식해 중국과의 공급망을 완전히 끊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세계 최대 핵심 광물 보유국인 데다, 핵심 광물의 처리·가공 공정이 중국에서 대부분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차전지를 탑재한 전기차 시장도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다.

산업 조사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는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판매량은 560만대에 달한다.

유럽(265만대), 북미(120만대) 등이 뒤를 이었다.

블룸버그NEF는 올해 중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이 800만대로 크게 뛸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유럽(314만대), 북미(183만대)의 예상 판매량을 훨씬 압도하는 수치다.

IRA세부지침 주시하는 배터리업계…'中딜레마' 속 공급선 다변화
◇ 韓 배터리 업계, '中과 협력'·'脫중국' 동시 노력
이런 현실을 고려해 최근에도 중국과의 배터리 공급망 협력은 이어지고 있다.

이차전지 최종 소재인 양·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은 국내에 중국 전구체(이차전지 중간소재) 회사의 합작법인인 '미래전구체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하기로 하고 1천억원을 투자한다고 지난 2일 공시했다.

또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손잡고 중국 저장성에 연산 3만t 규모의 양극재 합작공장도 건설 중이다.

LG화학도 화유코발트와 함께 1조2천억원을 투자해 새만금에 배터리 전구체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SK온은 국내 이차전지 소재 기업 에코프로와 함께 중국의 전구체 생산기업 거린메이(GEM)와 전구체 생산을 위한 3자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중국 난징(LG에너지솔루션), 톈진(삼성SDI), 창저우·후이저우·옌청(SK온), 저장성(포스코퓨처엠) 등 한국 기업의 중국 현지 배터리·소재 공장도 다수 있다.

IRA세부지침 주시하는 배터리업계…'中딜레마' 속 공급선 다변화
다른 한편으로는 배터리 소재 공급선에 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도 한창이다.

포스코그룹의 이차전지 밸류체인에서 원료공급과 트레이딩을 맡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달 호주계 광업회사 블랙록마이닝의 자회사인 탄자니아 파루 그라파이트와 이차전지용 천연흑연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차전지 사업개발과 투자를 담당하는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광권을 확보한 이후 오는 2024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2만5천t 규모의 염수리튬 상용화 공장 1단계 건설, 2만5천t 규모의 2단계 공장도 올해 착공할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는 호주 필바라사의 광석 리튬광산 지분을 인수해 리튬이 함유된 광석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가공한 뒤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폴란드에 유럽 이차전지 공장의 폐전지 스크랩을 파쇄·가공해 블랙파우더를 만드는 PSLC(Poland Legnica Sourcing Center)도 준공했다.

IRA세부지침 주시하는 배터리업계…'中딜레마' 속 공급선 다변화
◇ 'IRA 요건 충족' 북미 시장 투자도 확대
IRA와 맞물려 국내 배터리 기업의 북미 배터리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도 눈에 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7월 배터리 소재사 최초로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합작사 얼티엄캠을 설립,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아에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연산 3만t의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얼티엄캠의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약 1조4억5천만원을 추가 투자하고 연산 3만3천t 규모의 양극재 생산공장 증설, 연산 4만5천t 규모의 전구체 공장 신설에 사용한다고 지난 2일 공시하기도 했다.

IRA 세부 지침상 '부품'으로 규정된 분리막 생산 기업들도 북미 투자를 적극 고려하는 모습이다.

분리막 생산 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올해 안으로 북미 투자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LG화학도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분리막의 경우 북미 현지화를 전제로 투자 규모를 고객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공급망분석팀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미국이 배터리 공급망 차원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체적인 방향은 뚜렷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이 광물 분야에서 완전히 독립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IRA를 통해 중국의 미국 시장 진출이 직접적으로는 막힌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