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필요 없어"…'명품 넘버1' 에르메스, 쿠팡과의 공통점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에르메스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중에서도 ‘넘버 1’으로 불린다. 그들은 희소성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장인’이다. 명품에 대한 대표 수사 중의 하나인 ‘한땀 한땀 공들인 작품’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들어맞는 브랜드가 에르메스다.

에르메스는 독특한 기업 문화로도 유명하다. ‘장인 정신’을 워낙 강조하다 보니 마케팅이나 영업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마케터의 사지(死地)’로 불릴 정도다. 이유는 간단하다. 에르메스의 진가는 장인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에르메스의 제품을 보고 사는 것이므로, 마케팅으로 그들을 현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광고 필요 없어"…'명품 넘버1' 에르메스, 쿠팡과의 공통점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장인에 대한 우대는 에르메스의 ESG 활동에서도 나타난다. 클래식 등 귀족 문화로 분류될 수 있는 예술보다는 서민들의 문화에서 시작한 장인 예술을 후원하는데 더 적극적이다. 백화점의 한 명품 담당은 “한국 지사의 급여 수준을 보면 에르메스가 다른 명품 브랜드에 비해 의외로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루이비통 등을 거느린 명품 군단으로 불리는 LVMH 그룹이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본을 끌어들여 디자인, 마케팅, 영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것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주요 글로벌 명품 패션 브랜드 중 상장을 거부하고, 여전히 ‘독립 가문’으로 존속하고 있는 브랜드는 에르메스와 샤넬 정도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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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과 다이소도 ‘마케팅 홀대’라는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기업이다. 쿠팡은 지난해 기준 연 매출 26조원대의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딱히 마케팅이라고 할 만한 행위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최대 경쟁자인 네이버에 구인 광고를 한 적은 있지만, 쿠팡이란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이미지 광고는 없다. SSG닷컴과 컬리가 각각 유명 연예인의 정체성을 끌어들이려 한 것과 대조적이다.

5000원 미만의 초저가 상품만 판매하는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2조9457억원의 매출 실적을 거뒀는데 광고선전비로 책정된 지출은 39억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전년 28억원에서 상승한 게 그 정도다. 수도광열비(21억원)와 세금과공금(17억원)을 합친 금액과 광고비가 거의 비슷하다.

쿠팡과 다이소는 오로지 품질과 가격 경쟁력만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광고 마케팅이 굳이 필요 없다는 얘기다. 요즘 소비 경기가 심상치 않다.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이커머스 등 거의 모든 유통채널에서 ‘2분기 실적 최악’이라는 경고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어중간’으로는 불황의 파고를 넘기 어려울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마이클코어스 등 소위 매스티지(명품과 대중 상품의 결합)라고 불리던 브랜드들이 가장 먼저 위험에 빠졌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