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부청사관리본부
사진=정부청사관리본부
정부세종청사 옥상엔 15개의 청사 건물을 연결한 전체 길이 3.6㎞, 면적은 축구장 11개를 합친 크기인 7만9194㎡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정원이 있다. 2008년 착공해 2013년 완공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옥상정원으로, 2016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옥상정원에는 187종 108만여본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억새길, 들풀길, 너른길 등 3개의 테마길과 함께 잔디밭(1만7767㎡)과 쉼터도 있다. 2021년부터는 단계적으로 200억원을 들여 ‘미세먼지 차단숲 조성’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을 위해 올해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에 편성된 예산은 9억2000만원이다.

옥상정원은 시민들에게도 무료로 개방된다. 행안부는 올 3월부터 기존에 운영됐던 1~6동 정원에 이어 7~13동 옥상정원 구간을 추가로 개방하고 있다. 하루 3차례 90분씩 개방한다. 회차당 최대 인원은 50명이다.

문제는 혹서기를 앞두고 옥상정원을 찾는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중순 이후 옥상정원 방문 예약자는 특정 날짜의 단체 관람객을 제외하면 한 명도 찾기 어렵다. 내달 첫째주 주말만 하더라도 회차별 예약횟수가 매진됐지만, 평일에는 예약한 시민들을 찾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6일 정부세종청사를 찾아 직원들을 격려한 뒤 옥상정원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6일 정부세종청사를 찾아 직원들을 격려한 뒤 옥상정원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시민뿐 아니라 옥상정원을 찾는 공무원들의 발길도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뜸해졌다. 각종 식물이 잘 갖춰져 산책하기 좋은 환경이지만 온도가 높은 땡볕에서 산책하는 건 엄두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 상당수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봄과 가을철을 제외하면 옥상정원을 찾는 공무원들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청사관리본부도 혹서기(7~8월)와 혹한기(1~2월)엔 시민들에게 하루 1차례만 옥상정원을 개방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공공청사에 있는 정원을 가꾸는데 지나치게 많은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원에 심은 식물들을 관리하는 데만 연간 수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된다. 사실상 공무원들만 이용하는 전용 정원에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것에 대해 ‘혈세 낭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홍보했던 당초 정부 방침과 달리 옥상정원이 확대 개방된 건 지난 3월부터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옥상정원은 한때 개방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공공기관인 탓에 보안도 엄격해 입장도 여의치 않다. 차량 주차는 시스템 신청자에 한해 가능하며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접수 완료 후 손목에 밴드도 반드시 부착해야 한다.

정부는 옥상정원에선 세종호수공원을 비롯한 세종시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 옥상정원을 찾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청사라는 한계 탓에 시민들의 접근성이 쉽지 않은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그늘막이 많지 않아 내리쬐는 햇별을 그대로 맞으며 산책을 해야 한다는 점도 고역이다.

청사관리본부는 옥상정원 조성을 통해 에너지 손실을 차단해 연간 14억원의 냉난방 에너지 비용 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옥상공원을 한국관광공사의 관광지 100선에 등재하고, 세종시와 함께 관련 관광상품을 적극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