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0.3%)은 시장의 우려에 비해선 ‘선방’한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전문가 설문을 통해 전망한 성장률은 0.1%였는데 실제 성장률은 이보다 높게 나왔다. 작년 4분기(-0.4%) 역성장에서 3개월 만에 벗어난 점도 의미가 있다.

역성장 탈출했지만…"본격적인 경기회복 아냐"
하지만 1분기 플러스 성장이 경기 회복 신호는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경기가 회복되는 기류는 아니다”며 “수출과 투자가 2분기에 반등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실제 무역 부문은 최근 성장률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전락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0.1%포인트였다. 작년 2분기 -1.0%포인트, 3분기 -1.8%포인트, 4분기 -0.5%포인트에 이어 네 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순수출이 이렇게 장기간 성장률을 깎아내린 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분기~1999년 1분기 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투자 부진도 심각한 수준이다. 올 1분기 설비투자 감소폭(-4.0%)은 2019년 1분기(-8.3%) 후 4년 만에 가장 크다.

수출과 투자 부진이 지속되면서 한은이 다음달 발표할 경제전망에서 올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브리핑에서 “IT(정보기술) 경기 회복 시점의 불확실성과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지연 등 때문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지난 2월 전망치(1.6%)보다 소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한은은 올 2분기 경기 흐름에 대해선 상·하방 요인이 모두 있다고 봤다. 상방 요인으론 외부 활동 정상화와 해외여행 증가 등에 따른 민간 소비 증가를, 하방 요인으론 수출 부진 등을 꼽았다. 신 국장은 반도체 경기와 관련해선 “삼성전자의 감산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을 제약하고, 재고가 줄어들면 반도체 경기가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반도체 잠재 수요는 여전히 많아 반도체 등 IT 경기도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이날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4%로 예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