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따라잡을 날 머지 않았다"…기아 EV9 美서 '돌풍'
"EV9의 미국 현지 반응이 이미 뜨겁습니다. 기아 브랜드가 도요타를 따라 잡을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윤승규 기아 미국판매법인장 겸 북미권역 본부장(사진)은 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자비츠센터에서 열린 2023 뉴욕 국제오토쇼에서 기자들과 만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법안 시행으로 인한 우려 보다 새 모델에 대한 자신감이 더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토쇼에서 기아는 새 전기차 EV9을 북미 최초로 공개했다. 올해 4분기 미국 현지 출시 예정인 이 3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은 현지에서 만드는 기아의 첫 완전 전기차가 될 전망이다.

윤 법인장은 "EV9을 비롯한 기아의 전기차 품질이 도요타, 혼다 같은 일본 완성차 브랜드를 앞서는 수준이 됐고, 시장 점유율 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내년 중 미국 조지아 웨스트포인트 공장에서 EV9을 현지 생산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고 조립한 차량에 대해서만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주는 IRA 법안의 인센티브를 조기에 받으려는 취지다. 그는 "그룹 차원에서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모든 자원을 총 동원하고 있다"며 "가능하다면 2024년 중반쯤 현지에서 전기차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법인장은 EV9의 제품 경쟁력이 독보적이라고 자평했다. 60마일(100km/h)까지 5초대에 가속하는 등 스포츠카 수준의 성능을 갖추고, 디자인 경쟁력도 뛰어나 현지 딜러들의 반응이 뜨겁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아의 차량 구매 연령이 평균 45세로 내려가는 등 젊은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인센티브 지급 없이 기록적 판매를 기록한 텔루라이드 같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1분기 판매가 부진했던 것은 어느 정도 계획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기아차는 IRA법안의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맞추지 못해 미국 정부가 지급하는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윤 법인장은 "IRA 법 시행 이후 시장 상황을 보고 판매 전략을 마련하려는 차원에서 연초는 관망해 왔다"며 "인센티브가 없어도 차량이 제값에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큰 걱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완성차 브랜드와 비교해도 기아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이다. 윤 법인장은 "테슬라가 아직까지 독보적인 전기차 브랜드인 것은 사실이지만, 테슬라의 강점이던 OTA(Over The Air,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기아에서도 이제는 완벽하게 구현하는 수준이 됐다"며 "790개의 딜러를 갖추고 있어 서비스 경쟁력 측면에서 타사를 압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전 모델인 EV6가 미국 전기차 서비스 인덱스(CSI)에서 고객 만족도 1위를 차지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는 설명이다.

향후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5~6% 수준이었던 북미 지역 전기차 판매 비중을 올해 7~8%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무공해 차량(ZEV) 규제로 2030년 미국 전기차 의무 판매 대수가 크게 늘어나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뉴욕=정소람 특파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