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로 세계 자본시장이 경색된 가운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글로벌 투자 자금이 쏠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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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1~3월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SE)에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자금은 14억 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아시아 금융 허브인 홍콩 증권거래소의 조달액의 2배에 달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IPO 공모액은 전년 대비 60% 감소했다. ISE에선 이달에만 최소 5억달러 이상의 IPO가 두 건 정도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수닐 카이탄 동남아IB 부문장은 "인도네시아는 현재 우리의 주력 시장이다"라며 "(우리는) 2~3분기 내로 인도네시아에서 5건 이상 IPO를 성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주식 시장이 호황인 배경엔 당국의 민영화 정책이 있다. 지난해부터 국영 업체의 지분을 일부 상장하며 국영업체에 민간 자본을 끌어들였다. 지난달 27일에도 국영 광물업체 하리타 니켈은 공모가격 6억 9500만달러를 조달하며 IPO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인도네시아 당국은 정부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국영기업 IPO를 추진해왔다"며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에 편입하려는 정부의 노력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분석했다.

올해도 국영 에너지업체 페르타미나가 자회사 페르타미나 훌루 에너지를 상장할 계획이다. 국영 식품 업체 페르키부난 누산트라도 자회사 중 팜유 생산업체 팜코를 올해 주식 시장에 내놓는다.

인도네시아 광물업체 상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기차(EV) 공급망의 핵심 원자재인 니켈에 투자할 기회를 잡을 수 있어서다.

다만 홍콩에 따라잡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최대 e커머스 업체인 알리바바그룹이 6개 자회사를 상장하려고 나섰기 때문이다. 알리바바그룹의 물류업체인 차이냐오가 가장 먼저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IPO를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징둥닷컴(JD)도 2개 자회사를 지난 30일 상장 신청했다.

상장 이후에 자본 거래에 취약하다는 것도 인도네시아의 약점으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대표지수인 자카르타종합지수는 올해 들어 0.7% 떨어졌다. 아시아태평양지수보다 밀리는 성과다. 국영 에너지업체 페르타미나 지오더마 에너지가 지난 2월 상장한 뒤 주가가 20% 떨어진 점도 이를 방증한다.

카이탄 부문장은 "인도네시아에 신규 자본이 대거 유입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며 "하지만 더 많은 글로벌 자본을 끌어들여야 미래를 장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