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 ‘휘청’  >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가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여파로 28일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출렁였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에서 한 직원이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 비트코인 ‘휘청’ >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가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여파로 28일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출렁였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에서 한 직원이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미국 파생상품 규제 기관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사진)를 제소했다. 바이낸스가 미국인을 대상으로 불법 선물·옵션 중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는 혐의다. 바이낸스는 자금세탁 방지 규정을 위반하면서 내부 계좌를 이용한 시세조종에까지 직접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CFTC는 바이낸스와 자오창펑을 상대로 미국 일리노이주 북부법원에 미등록 선물·옵션·스와프 거래 서비스 제공 및 자금세탁방지규정 위반 등 상품거래법(CEA)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28일 발표했다. 바이낸스가 CFTC에 파생상품 중개회사로 정식 등록하지 않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상품’과 선물·옵션·스와프 등의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불법 수수료를 받아왔다는 혐의다. 고소장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2021년 5월 한 달에만 불법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11억4000만달러(약 1조4800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챙겼다.

美 "바이낸스, 범죄자 돈세탁 도와" 제소…비트코인 한때 급락
자오창펑과 직원들이 미 정부의 조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미국 투자자들의 국적을 감추려고 가상사설망(VPN)을 쓰도록 안내했다는 것이다. 바이낸스 임원이 자금세탁 방지 규정에 걸리지 않도록 일부 범죄단체에 소액씩 입금하라고 알려준 사실도 드러났다. 고객에게 미리 미국 정부의 조사 정보를 알려주면서 자산을 빼돌리도록 부추기기도 했다.

고소장에는 자오창펑이 자기 돈으로 바이낸스에서 시세조종을 통해 매매 차익을 누려왔을 가능성도 적시됐다. 자오창펑은 바이낸스에서 활동하는 프랍트레이딩(자기계정거래) 업체 메리트 피크와 시그마체인AG의 직간접적 소유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CFTC는 바이낸스 내부 메신저 대화 내역을 입수해 프랍트레이딩 용도로 의심되는 계좌 300개의 소유주로 자오창펑을 지목했다. 자오창펑은 “계정 2개를 갖고 있지만 하나는 바이낸스 카드용이며 하나는 개인적인 용도”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바이낸스의 피소 소식이 전해진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2만7700달러에서 5% 이상 급락했다. 바이낸스가 발행한 암호화폐로 시가총액 4위인 바이낸스코인은 326.9달러에서 306달러로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낸스는 FTX보다 암호화폐 산업 생태계에서 훨씬 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며 “규제 밖에서 호황을 누렸던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낸스의 국내 진출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바이낸스는 지난달 국내 5위 거래소 고팍스의 이준행 대표 지분 41.22%를 인수하면서 대주주가 됐다. 또 레온 싱 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 등 바이낸스 측 3명을 고팍스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금융당국은 거래소를 비롯한 가상자산사업자의 임원 변경 때 30일 이내 신고 의무를 두고 있다. 지난 7일 고팍스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변경신고서를 제출했고, 당국은 관련 임원들의 범죄사실확인서를 요청해둔 상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