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덕에 3조 벌었어요"…요즘 '돈 복사기'로 통하는 회사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이쯤 되면 삼성 계열사 아닌가요."

요즘 여의도 증권가는 온통 에코프로그룹 이야기다. 올들어 주가가 2~3배 넘게 오른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은 직장인들 사이서 '돈 복사기'로 통한다. 한국 간판 기업인 삼성그룹 현금·인력을 빨아들인 것도 급등의 비결로 꼽힌다. 이들 회사가 삼성SDI를 통해 지난해 올린 매출만 3조원을 웃돌았다. 최대 고객사를 공략하기 위해 그룹 핵심 보직에 삼성SDI 출신을 앉히기도 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이엠이 지난해 삼성SDI에 판매한 양극재 등은 3조180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8713억원)에 비해 265.0% 늘었다. 양극재는 삼성SDI 등이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지난해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이엠은 각각 1조195억원, 2조1611억원어치의 양극재를 삼성SDI에 판매했다. 지난해 에코프로비엠 매출의 30% 안팎, 에코프로이엠 매출의 99.8%가량을 삼성SDI를 통해 올렸다.

에코프로이엠은 2020년 에코프로비엠과 삼성SDI가 60대 40 비율로 세운 양극재 합작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조54억원, 영업이익 1238억원을 거뒀다. 삼성SDI 덕분에 출범 2년 만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했다.

에코프로그룹은 2012년 삼성SDI와 거래를 맺은 직후 나날이 납품 규모를 늘렸다. 당시 삼성SDI 배터리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의 거래를 끊어내는 결단도 했다. 에코프로 최대주주 이동채 전 회장은 삼성SDI를 '영원한 파트너'로 부른다.

에코프로그룹은 삼성SDI 인력도 빨아들이고 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대표이사가 모두 삼성SDI 출신이다. 에코프로는 이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삼성SDI 기획팀장 출신인 송호준 사장을 선임했다. 이 회사 경영관리본부장인 박재하 전무도 삼성SDI 출신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주재환 사장과 지대하 부사장(플랜트 기술담당) 등 삼성그룹 출신 임원만 6명이다.

삼성을 통해 안정적 일감을 확보하면서 기업가치도 뛰고 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주가는 올들어서만 각각 152.99%, 342.72% 뛰었다.

하지만 에코프로비엠과 삼성SDI와의 관계가 예전만 못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삼성SDI가 올해부터 2032년까지 포스코케미칼로부터 40조원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지난 1월 체결해서다.

삼성SDI, SK온, 일본 무라타제작소를 통해 매출 97.7%를 올리는 에코프로비엠은 11년 동안 거래가 끊긴 LG에너지솔루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회사 송호준 사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LG에너지솔루션 물량도 따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