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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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브랜드들이 장악하고 있던 국내 상온 주스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주스계 '전통 강자'인 델몬트·미닛메이드·썬키스트 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점유율이 주춤한 틈을 타 자연은·갈아만든배·초록매실 등 토종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오렌지·포도맛 일변도의 주스 시장에서 이들 토종 주스들이 선보인 샤인머스캣·배·매실 등 다양한 맛의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전통 강자' 글로벌 주스 브랜드 주춤

"숙취에 최고" 입소문에 대박 난 주스…썬키스트도 제쳤다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23일 닐슨IQ코리아에 따르면 '1위 주스 브랜드' 델몬트의 지난해 판매액은 896억원이다. 한때 단일브랜드로서 연간 판매액이 1000억원을 넘어섰지만, 2020년 961억원에 이어 2021년 938억원으로 서서히 감소하더니 지난해에는 900억원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2020년 20%에 육박하던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18.1%로 낮아졌다.

미닛메이드와 썬키스트는 2년새 순위가 한 계단씩 떨어졌다. 2020년까지만 해도 판매액 470억원으로 상온 주스 시장 2위 자리를 지켰던 미닛메이드는 2022년 403억원을 기록하며 3위가 됐다. 썬키스트도 2020년 한 해 동안 340억원의 판매고를 올린 4위 브랜드였지만 지난해에는 판매액이 300억원을 하회하는 297억원에 그치며 5위로 떨어졌다.

이들 글로벌 주스 브랜드들의 판매액이 일제히 떨어진 것과 대조적으로 웅진식품의 자연은·초록매실, 해태htb의 갈아만든배 등 토종 브랜드들은 판매액이 신장되며 시장 장악력을 키웠다. 이들 브랜드가 내놓은 샤인머스캣·배·매실 등 '비주류' 맛 주스들이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맞추며 좋은 반응을 끌어낸 것이다. 이 같은 토종 주스 브랜드의 선전이 델몬트·미닛메이드 등 시장 선두 주자의 판매액이 큰 폭으로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온 주스 시장의 파이 자체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색 과일로 소비자 사로잡아

사진 웅진식품
사진 웅진식품
지난 2021년 출시한 샤인머스캣맛 주스로 인기를 끈 자연은 주스가 대표적이다. 2020년 기준 판매액 419억원으로 미닛메이드에 이은 시장 3위 브랜드였던 자연은은 2021년 423억원으로 미닛메이드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판매액이 457억원으로 늘어나며 3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웅진식품 관계자는 "이색 과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에 맞춰 샤인머스캣 주스 등을 내놨는데, 이 같은 제품 확장 전략이 자연은 주스 판매액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숙취 음료로 주목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갈아만든배도 썬키스트를 밀어내고 시장 4위에 안착했다. 2020년 219억원, 2021년 269억원으로 판매액이 늘어난 데 이어 2022년에는 300억원대를 돌파한 333억원을 기록했다. 2년 만에 판매액이 50% 넘게 늘어난 셈이다. 시장 점유율도 2020년 4.5%에서 2022년 6.7%로 껑충 뛰었다.
"숙취에 최고" 입소문에 대박 난 주스…썬키스트도 제쳤다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초록매실은 지난해 217억원어치 팔렸는데, 이는 2020년(147억원)과 비교할 때 47.2% 늘어난 액수다. 상온 주스 시장에서의 순위는 6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2020년 3%에서 2021년 3.7%를 거쳐 2022년에는 4.4%까지 올라섰다. 특히 초록매실은 유명 '먹방' 유튜버들이 즐겨 마시는 음료로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가 늘었다는 것이 웅진식품 관계자의 설명이다.
웅진식품 '더말린'. 사진 웅진식품
웅진식품 '더말린'. 사진 웅진식품
이들 토종 브랜드들은 다양한 맛의 제품들을 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음료 트렌드에 발맞춘 신제품을 출시하며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웅진식품은 제로 음료 열풍을 반영해 설탕을 뺀 0칼로리 과일음료 '자연은 더말린'을 내놨다. 과일을 짠 농축액을 사용하는 전통 과일주스가 아닌, 말린 과일의 추출액을 활용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