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형 게임업체 블리자드 액티비전을 인수하기 위해 경쟁사인 엔비디아와 손을 잡았다. MS의 독과점을 우려해 온 규제 기관을 설득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MS는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게임업계 경쟁사인 엔비디아와 10년간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MS의 게임기 시리즈인 엑스박스의 PC 게임을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인 '지포스 나우'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지포스 나우 가입자는 현재 2500만여명에 달한다.

MS가 블리자드를 인수하려 들자 각국 반독점 규제 기관이 클라우드 게임의 경쟁을 약화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독점 의혹을 피하기 위해 경쟁업체와의 협력안을 발표했다는 분석이다.

MS는 지난해 '콜 오브 듀티', '캔디 크러쉬',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인기 게임을 내놓은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89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계약이 성사될 경우 MS의 인수합병(M&A) 거래 중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게 된다. 게임업계에선 세계 3위 수준으로 도약하게 된다.

미국과 유럽 등이 MS가 블리자드를 인수하게 되면 게임업계 경쟁이 악화할 거란 입장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해 12월 M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영국의 반독점 규제 기관인 경쟁시장청(CMA)는 MS를 대상으로 심층 조사에 들어갔다. 유럽연합(EU)의 반독점 감시기구인 경쟁총국도 인수에 반대하고 있으며 오는 4월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경쟁사인 엔비디아와 소니 등도 MS의 블리자드 인수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번 협력안 발표로 인해 MS는 엔비디아를 우군으로 확보하게 된다. 지난해 12월에는 닌텐도와 10년간 장기계약을 맺기도 했다. 경쟁사의 의견을 중시하는 규제당국의 관행상 거센 저항이 없다면 기업결합을 승인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MS 최고법률책임자인 브래드 스미스는 이날 "블리자드 인수가 마무리되면 그 게임들도 지포스 나우에서 제공될 것"이라며 "엔비디아와 계약은 규제 당국이 그동안 제기해 온 모든 이슈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소니 게임의 짐 라이언 대표도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스 최고법률책임자는 "소니와도 같은 방식으로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