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 31일 오후 4시9분

1월 회사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이 2021년 6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 기조 완화에 기관투자가가 지갑을 여는 ‘연초 효과’가 겹치며 회사채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회사채 순발행액은 4조4585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6월 4조5215억원을 순발행한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회사채 순발행액은 지난해 10월(-4조8429억원)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대거 미룬 영향이다. 하지만 정부가 ‘50조원+α’ 유동성 공급 대책 등을 내놓으면서 지난해 말부터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회사채 순발행액은 작년 11월 -8089억원, 12월 6891억원으로 상승세를 탔다.

연초 이후 회사채시장의 ‘온기’가 확산하면서 그간 투자에 소극적이던 기관투자가가 대거 몰려들었다. 포스코, LG화학, KT 등 우량 기업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조 단위 ‘뭉칫돈’이 들어오면서 증액 발행이 이어졌다. 금리 수준이 정점에 달했다는 인식에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 ‘큰손’들이 우량 회사채를 포트폴리오에 적극적으로 담은 결과다. 고금리를 노리는 ‘채권 개미’ 등 리테일 수요에 힘입어 기초체력이 탄탄한 일부 비우량채도 인기를 얻고 있다.

최대 연 7~8% 고금리에 개인 투자자들도 몰려

신용등급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에 조단위 뭉칫돈이 몰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KB증권(신용등급 AA+)은 31일 열린 30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2000억원의 매수 주문을 확보했다. 2년물 1500억원에 5000억원, 3년물 1500억원에 7000억원이 접수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증권 업황이 악화됐다는 우려 속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A등급 이하 비우량채에 대한 경계감도 줄어들고 있다. 실적·기초체력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은행 예금금리가 떨어지면서 많게는 연 7~8%대 고금리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에 리테일 수요가 몰리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A+), 신세계푸드(A+), 하나에프앤아이(A) 등은 회사채 ‘완판’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신용등급에 ‘부정적’ 꼬리표를 단 JTBC(BBB)와 효성화학(A)의 회사채는 미매각을 피하지 못했다. 유동성 경색 우려가 큰 롯데그룹 계열사의 회사채도 채권시장안정펀드의 도움을 받아 겨우 미매각을 면했다.

회사채 시장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AA)는 최대 1조4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CJ제일제당(AA), CJ대한통운(AA-), LG이노텍(AA-), 롯데칠성음료(AA), 롯데쇼핑(AA-), 한화솔루션(AA-) 등 대기업 계열사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기업 신용도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속속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회사채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인이다. 신용평가업계는 올해 상반기 정기 평가에서 신용등급 하향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금융 리스크 우려도 여전하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건설회사 보증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금리는 여전히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