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신규 예적금 年 5.17%
전월 대비 하락세로 돌아서
특판 금리, 두달 새 5%P 급락
대출금리는 올려 '이자장사' 눈총
부실 대비한 충당금 쌓는 대신
조합장 선거前 '배당 확대' 조짐
지난해 11월만 해도 금리가 연 10%를 넘었던 농협·새마을금고·신협 등 상호금융권의 특판 예금 금리가 두 달 만에 연 5%대 수준으로 급락하고 있다. 특판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자 금융당국이 자제령을 내린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대출 금리를 급격하게 끌어올리면서 ‘이자 장사’로 벌어들인 수익을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 배당 재원’으로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상호금융 예금이자도 하락세로 전환
3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상호금융권 예·적금 금리는 작년 12월 연 5.17%로 전달(연 5.27%)보다 하락했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 사이 연 3.38%에서 연 5.27%로 급등했다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 기간 신협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66%에서 연 5.39%로, 새마을금고는 연 3.71%에서 연 5.44%로 올랐다.
작년 11월 말 상호금융권의 예금 확보 경쟁은 과열 양상으로 치달았다. 당시 동경주·남해축산·합천농협과 사라신협 등이 실수로 연 9~10%대 예·적금을 비대면으로 팔았다가 1000억원대 자금이 몰리자 해지를 읍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역마진을 우려한 금융당국은 예·적금 특판을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각 상호금융중앙회에 전달했다.
자제령 한 달 만에 특판 금리는 연 5%대로 급락했다. 지난 26일 경북 왜관신협은 연 5.61% 금리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특판을 출시했다.
상호금융 관계자는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높은 시중은행과 달리 상호금융권은 고원가성 예금 비중이 최고 90%에 달할 정도로 높아 수익성 악화를 막으려면 예금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예금 금리 인하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상호금융권의 전망이다. 시중은행이 예금 금리를 내린 덕에 상호금융권이 높은 예금 금리를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정기예금은 만기가 길어질수록 금리가 내려가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민은행의 KB스타정기예금은 1년 만기 연 3.63%, 2년 연 3.36%, 3년 연 3.21%다. SBI저축은행의 정기예금도 1년 만기 연 4.3%, 2년 연 3.8%, 3년 연 3.6%다.
대출 금리는 급등…배당 확대 조짐도?
상호금융권은 예금 금리를 내리는 동안 대출 금리를 지난해 9월부터 12월 사이 연 4.64%에서 연 5.84%로 끌어올렸다. 특히 예금 금리가 하락세로 전환한 12월엔 은행 대출 금리(연 5.60%)를 역전했다. 특판으로 받은 높은 예금 금리 때문에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대출 금리를 인상했다는 게 상호금융권의 설명이다.
상호금융권은 대출 금리를 올리고 예금 금리는 내리면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는 대신 오는 3월 전국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 배당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마을금고에선 집단대출을 회수의문으로 분류하고 대손충당금을 더 쌓으라는 중앙회 요구에 반발해 대구 지역 12개 금고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과도한 적립 요구’라는 지역조합 주장과 달리 상호금융권의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은 2021년 12월 말 120.9%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가 이어졌다. 작년 9월 말 기준 106.0%로 꾸준히 적립 비율을 늘려온 저축은행(120.7%)보다 낮아졌다. 이에 금융당국이 대손충당금을 늘리고 배당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시장 금리가 하락하면서 한때 연 5%대를 넘겼던 주요 시중은행 예금 금리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기준 연 최고 예금금리는 현재 4%대 후반에 그친다. 금리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만기 1년 이상 장기 예금에 가입해 금리 혜택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고 금리 연 4%대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은 만기 1년 기준으로 연 최고 4.75%를 주는 대구은행 ‘DGB함께예금’이다. 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도 최고 연 4.7% 금리를 제공 중이다. 경남은행의 ‘올해는예금 특판’이 연 4.55%, 카카오뱅크 정기예금과 부산은행 ‘더 특판 정기예금’도 각각 연 4.5%와 연 4.45%를 제공해 상대적인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다.4대 시중은행 중에는 금리가 연 4%를 넘기는 예금이 없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29일 기준 대표 정기예금 상품 최고 금리는 만기 1년 기준 연 3.68~3.85%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하나(3.85%), 우리(3.77%), 신한(3.73%), 국민(3.68%) 등 순이다.예금금리가 하락하면서 금리 상승기에 역전됐던 장·단기 예금 상품 금리는 정상화되고 있다. 4대 은행 가운데서는 신한은행의 3년 만기 예금금리가 1년 만기 상품을 4개월 만에 추월했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3년 만기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8%로 1년 만기 금리(3.73%)보다 0.07%포인트 높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이 상품의 만기 1년 금리는 연 4.95%로 3년 금리(4.65%)보다 0.3%포인트 높았다. 나머지 세 은행의 장·단기 금리차도 0.07~0.35%포인트 수준으로 낮아졌다.통상 만기가 긴 상품은 만기가 짧은 상품보다 금리가 높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은행채 발행 중단 등으로 고객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은행들이 고객 수요가 증가한 단기 예금금리를 올려 자금을 끌어오면서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를 넘어섰다. 역전됐던 금리 차가 좁혀지기 시작한 것은 예금금리가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작년 11월 말부터다.자금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은행채 등 시장 금리가 하락 반전했고 특히 1년 만기 금리가 크게 떨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 준거가 되는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이달 27일 기준 연 3.720~3.740%로 지난해 11월(연 5.091~5.114%) 대비 상·하단이 1%포인트 넘게 줄었다.은행권은 예금금리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수신금리 인상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며 “금리 상승을 노린 단기 예금보다 만기가 긴 예금에 가입하는 수요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만기 2년 이상으로 잡아야”전문가들은 예금금리가 추가로 내리기 전 만기 2년 이상 장기 예금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최근 금리가 하락하고 있지만 아직 연 1%대를 보였던 예년 수준보다는 높아서다.구체적으로는 만기 2년 이상 장기 예금에 여유 자금을 주로 예치하되 일부는 여전히 금리가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1년 예금에 분산할 것을 권했다. 오경석 신한은행 신한PWM 태평로센터 팀장은 “장기간 고금리를 유지하고 싶다면 자금의 70% 정도는 만기를 2년 이상 가져가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며 “나머지는 만기 1년 예금에 들어 고금리와 일정 수준 유동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목돈을 장기간 예치하는 것이 부담된다면 만기 3~6개월 단기 예금을 이용해 예치 자금과 기간을 조절해도 된다. 박해영 하나은행 방배서래골드클럽 PB부장은 “만기가 짧은 상품 금리도 1년 만기 때와 이자 수준은 비슷하다”며 “향후 시장 흐름에 빠르게 발맞춰 예치금을 이동시키고 싶다면 일부 자금은 단기 예금에 맡겨 시장 기회를 엿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적금은 목돈 마련 용도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박 부장은 “적금은 한 회당 납입금이 크지 않아 이자 수익을 올리기엔 부적합하다”며 “만기가 긴 상품에 가입해 예금에 넣을 목돈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최근 금융권에서는 다른 업계와 제휴한 이색 적금 상품이 대세다. 신한은행이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와 제휴해 내놓은 최고 연 9% 금리의 ‘신한 꺾이지 않는 DRX 적금’이 대표적이다. 절세 관련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국민은행은 건강보험료, 상속·증여세 등 세금을 줄이기 위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 ‘세금 아낌이’를 내놨다. 롯데카드는 롯데마트 및 창고형 할인점 ‘맥스(MAXX)’ 이용 시 최대 1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롯데마트&MAXX PLCC 카드’를 선보였다.
고객이 장기간 찾아가지 않은 예적금과 보험금, 카드 포인트 등 ‘숨은 금융자산’이 17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소비자들이 ‘잠자는 돈’을 조속히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를 강화하기로 했다.금융위원회는 작년 6월말 기준 숨은 금융자산 규모는 16조9000억원으로 2019년 말(12조3000억원), 2020년 말(14조7000억원), 2021년 말(15조9000억원) 등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3년 이상 거래가 없는 장기미거래 자산과 소멸시효과 완성된 휴면자산을 합한 금액이다. 지난해 6월 기준 예적금 비율이 42.1%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보험금(40.4%), 미사용 카드포인트(15.3%), 증권(1.6%), 신탁(0.6%) 등 순서였다.통상 예적금이나 보험금은 만기 후 금리가 크게 떨어진다. 가령 A 시중은행은 만기 후 1개월까진 약정금리의 50%, 3개월까진 30%를 지급하다가 3개월을 넘어서면 연 0.2%의 이자만 제공한다.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이자를 한푼도 지급하지 않는다. 따라서 소비자가 돈을 제때 찾아가지 않고 계좌에 계속 묻어둘 경우 재투자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상실하게 된다. 장기 미사용 상태를 악용한 횡령 등 금융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금융당국은 그동안 금융권과 함께 ‘내계좌 한눈에’나 ‘내보험 찾아줌’ 같이 숨은 금융자산을 쉽게 조회하고 환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찾아주기 캠페인’도 지속 실시했다. 2015년6월부터 작년 5월까지 5조2000억원 규모의 환급 실적도 거뒀다. 그럼에도 잠자는 돈 규모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금융위는 금융사 소비자보호기준을 개선해 환급 관련 안내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먼저 계약 당시와 계약기간 중 연 1회, 만기 직전에 금융사가 고객한테 만기가 지나면 적용금리가 하락한다는 사실과 만기 시 자동 입금계좌 설정방법 등을 설명하도록 한다. 만기도래 이후 안내도 강화한다. 만기 시점과 만기 후 최초로 금리가 인하되기 전, 만기 1년 이후부턴 연 1회 이상 숨은 금융자산 조회·환급 방법에 대해 안내하도록 한다. 숨은 금융자산 관련 업무가 금융사 내 여러 부서에 나뉘어 있다는 점을 감안, 회사별로 담당 조직을 지정토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