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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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가 걷은 국세가 목표치를 밑돈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정부 안팎에서 ‘세수 펑크’ 수준의 결손은 간신히 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올해다. 자칫하면 조(兆) 단위 세수 결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본지 1월 19일자 A1, 5면 참조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국세 수입이 39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30일 발표했다. 지난해 5월 2차 추가경정예산을 발표할 때 전망한 규모(396조6000억원)와 비교하면 7000억원 부족하다.

우선 증권거래세가 목표치 대비 1조2000억원(-16.4%) 줄어든 6조3000억원 걷혔다. 지난해 실적과 비교하면 4조원(-38.5%) 감소했다. 최근 1년(2021년 12월~지난해 11월)간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2295조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2.5% 줄었다. 양도소득세도 2조원가량 적게 걷혔다. 주택 매매 거래량이 1년 전과 비교해 반토막 난 결과다.

종합부동산세와 개별소비세 세수도 목표치 대비 각각 21.1%, 8.1% 감소했다. 종부세는 지난해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고 일시적 2주택과 상속 주택, 지방 저가 주택 관련 특례를 시행하면서 고지세액 자체가 줄었다.

증권거래세 16%·종부세 21% 덜 걷혀…법인세도 미달

기획재정부가 30일 공개한 지난해 국세수입 실적의 세수오차율은 0.2%(추가경정예산 기준)로 2001년(0.1%) 후 21년 만에 가장 낮다. 문제는 전망의 정확성이 아니라 세금이 걷히는 추세다. 정부 안팎에서는 세수 펑크 수준의 결손을 간신히 피했다는 분석이 많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 5월 2차 추경안 발표에서 세수 396조6000억원을 전망하며 “추계치를 보수적으로 작성했다”고 했다. 애초 전망대로라면 세수 초과가 나와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7000억원 덜 걷힌 것으로 집계됐다.

기재부가 발표한 국세 진도율(세수 목표 대비 징수율)을 보면 작년 10월까지는 직전 5년(2018~2022년) 평균치를 웃돌았지만, 11월부터 평균치 아래로 떨어졌다. 4분기부터 세수 결손이 본격화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올해가 더 큰 위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전망치와 비슷하게 걷힌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부가가치세마저도 올해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실적을 기반으로 징수하는 법인세가 가장 큰 문제다.

기재부는 올해 법인세가 지난해(2차 추경 기준)보다 0.9% 늘어난 105조원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를 나타낸 점을 감안하면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실적이 급격하게 나빠진 기업들이 임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근로자가 내는 근로소득세가 줄어들고, 그 결과 소비가 얼어붙어 부가가치세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및 주식 거래세 징수 여건도 지난해 못지않게 나쁠 전망이다. 부동산 및 주식 시장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재부는 올해 국세수입을 지난해보다 4조1000억원 늘어난 400조5000억원으로 전망했지만, 조(兆) 단위 ‘펑크’가 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기재부 목표보다 1조1000억원 적은 399조4000억원을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로 제시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전 한국재정학회장) 등 일부 전문가는 10조원 이상 덜 걷힐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