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전국경제인연합회 수장 자리를 두고 재계 회장들이 서로 고사하는 모습이 연출되며 전경련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였던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차기 회장 인선 작업을 총괄하는 자리에 선임되면서다.

전경련은 이 명예회장을 회장후보추천위원장과 미래발전위원장에 선임했다고 30일 발표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따로 위원을 구성하지 않고, 이 명예회장 혼자 차기 전경련 회장 후보를 골라 정기총회가 열리는 다음달 23일까지 전경련 회장단에 추천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명예회장이 전경련 차기 회장을 추천하게 되는데 모양상 자신을 추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 명예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등과 함께 허창수 회장 이후 전경련을 이끌 수장으로 거론돼왔다. 이 명예회장이 후보추천위원장을 맡으면서 사실상 차기 회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던 이 회장이 후보군에서 제외되며 전경련을 이끌어갈 수장을 누가 맡을지는 미궁에 빠지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후보군 중 대부분이 건강이나 일정상 등의 이유로 거절하고 있다”며 “이 명예회장의 선택과 설득에 달려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겸직하고 궁극적으로 두 단체가 통합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지만 전경련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재계에서도 전경련 회원들이 원치 않아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