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훨씬 더 주목한다고 강조해온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이 12월에도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에선 Fed가 2월 1일 예정된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데 그칠 것이라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12월 PCE, 5.0% 상승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5.0%, 전월보다 0.1% 각각 올랐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11월(5.5%)보다 오름폭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15개월 만에 최소폭 상승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7%에 육박하며 40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던 PCE 가격지수는 최근 6개월간 꾸준히 둔화하는 추세다.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4.4%, 전월보다 0.3% 각각 올라 블룸버그통신 등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와 일치했다.
연준이 가장 정확한 물가 지표로 간주하는 근원 PCE 가격지수 역시 14개월 만에 가장 작은 폭의 상승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최근 둔화세를 보이는 것은 작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폭등한 에너지 가격이 안정된 데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소비 지출과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무부에 따르면 12월 개인 소비지출은 전월보다 0.3% 감소했고, 특히 상품 소비지출은 0.9% 급감했다.

2월 FOMC에서 베이비스텝 밟나


PCE는 CPI보다 광범위한 물가 지표다. 두 지표 모두 소비자의 생활비 변화를 나타내는데 PCE는 CPI에 없는 '소비자를 위해 지출되는' 항목까지 포함된다. 고용주가 노동자를 위해 지출하는 건강보험료가 대표적인 예다. 소비자 입장에선 CPI가 장바구니 물가를 잘 표현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Fed는 거시적인 분석을 해야 하기 때문에 PCE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해 "PCE에 좀 더 주목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PCE 상승률도 둔화세를 보이면서 2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인상 속도를 더 늦출 것이 확실시된다. 4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 후 작년 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연준은 올해 첫 FOMC 정례회의에서 통상적인 인상폭인 0.25%포인트로 돌아갈 전망이다.

아울러 언제 금리인상을 중단할지에 관한 연준 내 논의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나친 통화긴축이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도 연준에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근원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고 노동시장 과열도 아직 식지 않고 있어 2월 이후에도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