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병언 기자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병언 기자
728만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가 다음달 치뤄진다. 레미콘 기계 전선 제지 욕실자재 주유소 등 업종별 중소기업협동조합들도 내달부터 이사장 선거전에 돌입하게 된다. 하지만 '사령탑'교체가 예상되는 곳은 소수에 그친다. 대부분 '구관이 명관'이라는 여론이 높아 기존 회장·이사장이 연임을 추진하거나 단독 후보를 추대하는 분위기다.

중기중앙회는 내달 28일 정기총회에서 임기 4년의 제 27대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결선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내달 6~7일 이틀간 후보자 등록 후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된다. 중기중앙회장은 경제5단체 중 유일한 선출직으로 '중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중기중앙회는 전국 업종별 지역별 중소기업 조직인 협동조합의 대표 역할을 하며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채널인 홈앤쇼핑의 최대주주다. 운용자산만 21조원인 노란우산공제도 운영하고 있다. 중기중앙회장은 부총리급 의전을 받으며 대통령·국무총리 주재 경제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대통령 해외 순방에도 동행한다. 선거는 전국 500여개 업종별·지역별 조합의 이사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투표하는 방식이다. 후보자가 1명일 경우 무기명투표, 거수 투표, 기립 투표 등을 통해 결정된다.

현재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는 김기문 현 중기중앙회장이다. 그는 1988년 시계브랜드 로만손을 창업해 매출 10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16년 주얼리·패션기업 제이에스티나로 사명과 업종을 전환했다. 아직 공식 출마선언을 하진 않았지만 중소기업계에선 그가 내달 7일 단독 입후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2007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8년간 중기중앙회장을 역임했고 이후 2019년 2월 다시 회장으로 선출돼 이번에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일각에서 "직업이 중기중앙회장"이라는 말이 나돌정도로 중기 규제 개선에 헌신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정부들어 납품단가연동제, 기업승계 제도 개선, 외국인 근로자 도입 확대 등 중소기업계의 숙원 과제를 성사시키는 데 앞장섰다. 월급 한푼 안받는 '비상근'중기중앙회장이지만 보통 주1~2회 출근하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다른 경제단체장과 달리 주4회이상 중기중앙회로 출근한다. 이미 12년이상 중기중앙회장을 경험해 경제단체장 가운데 가장 현장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친분이 깊어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관계 인사와도 수시로 소통하는 사이다. 이낙연 전 총리와도 친분이 있어 여야를 아우르는 마당발 인맥을 자랑한다. 이밖에 중기 유관단체 중에선 벤처기업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도 내달 회장 임기 만료가 도래해 선거를 치르게 된다.
왼쪽부터 배조웅 협회장, 김문식 이사장, 송공석 이사장, 최강진 이사장
왼쪽부터 배조웅 협회장, 김문식 이사장, 송공석 이사장, 최강진 이사장
임기가 3~4년인 업종별 중소기업협동조합들도 내달 하순부터 일제히 총회를 열고 이사장 선출 투표가 진행된다. 예능인 탁재훈의 아버지로 유명한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국민레미콘 대표)은 오는 2월 24일 임기를 앞두고 연임에 도전장을 낼 전망이다. 전선제조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도 홍성규 이사장(진영전선 대표)도 임기를 앞두고 있어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중기중앙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권혁홍 한국제지공업협동조합 이사장(신대양그룹 회장)은 후임 이사장을 아직 찾지 못한 가운데, 연임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다른 조합들도 마찬가지다. 욕실 자재 관련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욕실자재산업협동조합의 송공석 이사장(와토스코리아 대표)도 3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320여개 주유소를 대표하는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의 김문식 이사장도 연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기협동조합 관계자는 "협동조합 이사장은 업종을 대표하는 자리이지만 무보수직인데다 오히려 사비를 들여 업계에 헌신해야하는 자리"라며 "경기 침체기라 나서는 사람이 별로 없어 연임하는 이사장이 많다"고 말했다.

소수이지만 이사장이 바뀌는 곳도 있다. 국내 제조업의 '뿌리'인 도금산업을 대표하는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의 경우 박평재 현 이사장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해 다른 3명이상의 후보자가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중소기계업계를 대표하는 한국기계공업협동조합연합회 역시 이미 8년을 역임한 구자옥 회장(디에이치 대표)이 출마하지 않기로 하면서 장규진 경기인천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에취켓 대표)의 단독 출마가 예상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