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을 비롯한 유화 업체들이 올 들어 2조7000억원가량을 조달했다. 현금 창출력이 주춤해질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1조2155억원), LG화학(8000억원), SK지오센트릭(3000억원), GS에너지(2500억원), 효성화학(1200억원) 등이 이달 회사채·유상증자로 2조7055억원을 마련했다. 특히 롯데케미칼, LG화학, SK지오센트릭 등 석유화학업계 ‘빅3’가 일제히 자금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유상증자로 1조2155억원을 조달해 오는 2월 지급할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 인수대금(2조7000억원) 중 일부를 납부할 계획이다. 이달 26일에는 파키스탄 자회사인 롯데케미칼 파키스탄을 1923억원에 처분한다.

LG화학과 SK지오센트릭, GS에너지, 효성화학 등은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마련한다. 이들 회사는 조달한 자금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상환할 계획이다. 금리가 오른 만큼 상환 과정에서 이자 비용도 큰 폭으로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컨대 SK지오센트릭은 이달 발행금리로 연 4.17~4.54%에 회사채 3000억원어치를 찍었다. 마련한 자금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연 1.68~2.55% 금리에 발행된 회사채 3000억원어치를 상환하는 데 쓰인다. 더 높은 금리의 회사채로 갈아타면서 이자 비용이 70억원가량 불었다.

올 하반기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자금을 일찌감치 조달한 사례도 있다. SK지오센트릭의 경우 오는 10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자금을 벌써 마련했다. 실적 우려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유화 업체들의 현금 사정이 상당 기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분기부터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효성화학 역시 작년부터 적자의 늪에 빠졌다. 올해 실적이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실적을 가를 변수와 자금시장 흐름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