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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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침체했던 글로벌 리서치 업계가 지난해부터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변동성이 유독 컸던 탓에 관심도는 높아졌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투자 전문매체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Institutional Investor·기관투자가)'가 꼽은 세계 최고의 글로벌 리서치팀은 JP모건체이스였다.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는 매년 세계 각국 애널리스트들의 효용성을 평가해왔다. 전 세계 기관투자가의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는 전미 리서치팀, 아시아(일본 제외), 중국, 유럽 선진국, 일본, 신흥국, 남미, 글로벌 채권 등 8가지 분야를 나눠 세부 항목의 1위 리서치 업체를 선정했다.

JP모건 지난해 글로벌 리서치 업체, 글로벌 주식 리서치, 글로벌 채권 분석 등 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205개 1위를 차지하며 세계 최고 리서치 업체라는 영예를 얻었다. 총 205개 부문에서 상위 3위 안에 들며 종합 평가 점수가 가장 높았다.

JP모건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인 후세인 말릭은 "변동성이 커진 시대에는 리서치의 역할이 중요해진다"며 "(우리는) 데이터 과학 및 엔지니어링팀을 충원하고 역량을 확충하는 데에 집중했다"고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뒤를 이었다. 3위는 모건스탠리가 차지했고,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4위를 시티그룹이 5위에 올랐다. UBS는 유럽 투자은행으로 유일하게 5위 안에 드는 성과를 냈다.

범위를 중국으로 한정하게 되면 중국 국제금융공사(CICC)가 스위스 투자은행 UBS와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975개 기관투자가에 있는 3160명의 중국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중국의 후이차이 증권이 3위에 올랐고 JP모건 4위, BofA가 5위로 선정됐다.

중국 경제가 올해 빠른 회복세를 보인다는 게 공통된 관측이다. JP모건 아시아태평양 리서치 책임자인 제임스 설리반은 "중국의 경제 사이클은 올해 세계 어느 지역보다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UBS의 에릭 린 중국리서치팀장도 "코로나19 방역이 완화하며 올해 2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라며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9%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리서치팀의 분석 능력을 바탕으로 최고경영자들의 거시 경제 흐름에 관한 예견이 대다수 적중했다. JP모건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의 예견도 지난해 들어맞았다. 그는 2021년 9월부터 고강도 통화 긴축을 예고한 바 있고,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도 2021년부터 통화 긴축과 강한 인플레이션을 관측한 바 있다.

올해 전망을 두고선 여러 CEO의 말이 엇갈렸다. 다이먼 JP모건 CEO는 19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기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미국 기준금리는 연 5%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비관적인 전망에 힘을 실으며 투자 다각화를 강조했다. 주식과 채권 모두 가치가 추락할 거란 판단에서다.

고먼 CEO는 인플레이션과 중국에 대해 다이먼과 다르게 판단했다. 그는 “최근에 아주 중요한 두 가지 상황이 바뀌었다”며 “첫째는 인플레이션이 분명히 정점을 지났다는 사실이고, 둘째는 중국의 피벗(정책 전환)”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중국의 리오프닝과 미·중 재무장관 회담도 세계 경제 성장에 희소식”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Fed가 물가 지표로 삼고 있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올해 말에는 3% 아래로 떨어질 거란 의견을 냈다. Fed의 전망치(3.5%)보다 낮은 수준이다. 물가가 떨어지게 되면 금리 인하가 시작돼 경기 침체 위기를 벗어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투자은행들의 수익구조가 다른 탓에 경제 전망이 다르다는 주장이 나온다. JP모건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매출의 50% 이상을 소매 및 상업 은행 부문이 차지했다. 금리가 오를수록 순이자 이익이 늘어 이익이 극대화된다. 기업금융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모습이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기업금융과 주식 트레이딩의 비중이 50%를 넘는다. 자본시장이 활성화되어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다. 모건스탠리도 40%가량을 기업금융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이익을 얻는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분석 관점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금융에 의존하는 투자은행일수록 낙관적인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 전용 정보를 제공하는 자산운용사, 상업은행과 리서치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