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역량 및 생산성과 상관없이 근속 기간에 따라 임금을 올리는 연공제로 인해 청년 실업자가 연간 9000명 가까이 추가로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처럼 근속연수가 아니라 직무능력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바꿔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공제 탓에 청년 실업자 年 9000명씩 늘어
17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중소기업 전문 연구기관 파이터치연구원의 ‘연공제가 청년실업률에 미치는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6~2018년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연공제 영향으로 연평균 0.2%포인트 상승한 8.7%(13년 평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공제를 시행하지 않았을 경우의 추정 실업자(36만1500명)보다 8500명 많은 37만 명의 청년 실업자가 매년 발생한 것이다. 이 제도 탓에 13년간 11만500명의 청년 실업자가 더 나왔다는 설명이다.

임금은 노동생산성에 비례해 증가해야 하는데 근속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상승하면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규 채용을 축소하게 된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임금 체계의 비효율이 청년 실업 증가로 이어진 게 통계 분석으로 확인된 셈이다.

이번 연구는 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27개국의 2006~2018년 연공제, 청년실업률, 고용보호지수, 최저임금, 실업급여, 조세 격차, 단체협약 적용률, 국내총생산(GDP), 고용 유연화 등 임금 및 실업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분석 방법은 계량경제학계에서 실증 분석을 위해 사용하는 ‘하우스만-테일러 추정법’을 활용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근속연수 1년 미만 근로자와 30년 이상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1배율 증가하면 청년실업률이 0.03%포인트 상승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30년 이상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649만원으로 1년 미만 근로자 임금(209만원)의 3.1배다. 일본(2.4배) 독일(1.8배) 스위스(1.4배)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국내 100인 이상 사업체 56%가 활용하는 호봉제 탓에 임금구조 왜곡이 그만큼 심하다는 방증이다.

마지현 파이터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연공성 임금체계는 기업의 노동비용 부담을 가중해 청년실업률을 높인다”며 “서둘러 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