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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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 질서가 들어서고 있다. 탈(脫)세계화다. 2022년은 세계화가 결정적으로 쇠퇴한 해였다. 미국·중국 패권 경쟁과 코로나19로 금이 간 세계화는 러시아·우크라이나(서방) 전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미국을 정점으로 한 글로벌 자유무역이 퇴조하고 미국과 중국을 양대 축으로 한 ‘경제 블록’이 부상하고 있다. 미·중 디커플링(분리), 온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복귀), 인소싱(자체 생산) 등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지난 30년간 우리가 경험해온 세계화는 끝났다”(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는 진단까지 나온다.

세계화의 배신…생존전략 다시 짜자
미·중 무역전쟁은 ‘루비콘강’을 건넜다. 미국은 중국의 굴기(우뚝 일어섬)를 막기 위해 첨단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고, 미국과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을 짜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제정했다. 한국 일본 호주 등과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신(新)수출통제 체제’ 구성도 논의하고 있다.

에너지·식량 무기화도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천연가스 공급 중단) 중국(요소수 수출 제한) 등 강대국뿐만이 아니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 등 중남미 리튬 생산국은 2차전지 핵심 원자재인 리튬 가격 통제를 위해 연합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식량 수출 통제를 선언한 국가는 30곳이 넘는다.

한국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이제껏 한국을 번영으로 이끈 세계화와 자유무역 질서가 밑바닥부터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이 위축되고 에너지와 원자재, 식량 가격이 뛰면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미 충격은 시작됐다. 지난해 국제 에너지값 급등 여파로 한국의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인 472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나마 지난해 선방한 수출은 올해 뒷걸음질 칠 전망이다. 지정학적 긴장도 커졌다. 미·중 사이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요구받는 문제뿐이 아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커지고, 대만 해협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어떤 나락으로 떨어질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대변혁의 시대, ‘뉴노멀(새로운 표준)’에 적응하지 못하는 국가에 미래는 없다. 늘 그랬듯 한국은 변화에 맞게 국가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2023년은 그 출발점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