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면세점이라는 독특한 사업모델을 내세워 글로벌 톱 규모로 성장한 면세점업계가 추가 도약을 위해 디지털 전환 총력전에 나섰다. 시내면세점의 ‘큰손’이던 중국인 관광객과 보따리상의 입국이 오랜 기간 막혀 타격을 받자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업계에선 “면세점업의 무게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대전환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온라인 매출 비중↑

시내점포 접는 면세점, 새 전장은 온라인
28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주요 면세점 3사는 면세점시장이 정상화됐을 때를 대비해 온라인 서비스 강화에 힘쓰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8월 온라인면세점 플랫폼을 전면 개편했다.

증강현실(AR)을 활용한 가상 피팅 서비스 기능 등을 추가하며 디지털 체험 요소를 강화했다. 올해는 미국 럭셔리 주얼리 데이비드율만을 인터넷면세점 명품관을 통해 국내 최초로 론칭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고가 브랜드를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면세점을 통해 선보인 건 온라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신라면세점 역시 지난 9월 인터넷면세점을 전면 개편해 상품 구매 과정과 결제 절차를 간소화했다. 소비자 정보를 데이터화해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개인화 추천 서비스’와 고객 참여형 동영상 리뷰 기능을 선보였다.

면세점업계가 디지털 전환을 꾀하는 데는 온라인 매출 비중이 높아지는 흐름이 반영됐다. 롯데면세점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13년 8%, 2016년 24%, 2020년 45%로 급증했다.

○‘온라인 면세 활성화’ 움직임

최근 관세청과 인천공항공사가 ‘스마트 면세 서비스’를 구축하기로 한 것도 온라인면세점 활성화에 탄력을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관세청과 스마트 면세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합의하고, 향후 사업권 입찰 때 이 서비스를 포함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인천공항공사의 면세 재고를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여행객들이 항공기 탑승 30분 전까지 모바일로 면세품을 구매하는 게 가능해진다. 지금은 탑승 3시간 전까지만 면세품을 주문할 수 있다.

주류의 온라인 면세 판매도 가능해진다. 현재 출국장 면세품 인도장은 주류 판매 허가를 받은 판매 영업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면세 주류의 온라인 주문이 불가능했다.

관세청은 온라인 면세점에서 주문한 뒤 출국장 인도장에서 물품을 받는 스마트오더를 추진하기로 했다.

○시내면세점 경쟁력은 약화

국내 면세점업계 비약적 발전의 핵심이던 시내면세점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외국인 방문이 급감하자 주요 점포가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2019년 7월 서울 강남 시내면세점을 철수했다.

롯데면세점은 올 9월 코엑스점을 개점 12년 만에 폐점했다. 지난 5월 30일 마감한 대기업 대상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입찰에는 한 개 기업도 참여하지 않았다. 남아있는 시내면세점도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샤넬은 올해 부산롯데, 제주신라에서 매장을 뺐다. 루이비통은 부산롯데, 제주롯데, 제주신라에서 철수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