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 가는 뭉칫돈 잡자"…파킹통장의 고금리 유혹
올 한 해는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주는 ‘파킹통장’의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파킹통장에서 쉬고 있던 돈이 정기예금으로 급격히 쏠려갔다. 금융소비자들을 다시 붙잡기 위해 은행들이 일제히 파킹통장 금리 인상에 나선 가운데 ‘고금리 함정’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스뱅크는 지난 12일 파킹통장 상품인 ‘토스뱅크 통장’의 최고 금리를 연 4%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토스뱅크 통장의 기본 금리는 연 2.3%인데 5000만원 초과분에 한해 금리를 연 4%로 올린 것이다. 다만 총 납입액이 5000만원이 넘으면 연 4%의 금리가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5000만원 초과분에 한해’ 최고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실질 금리는 연 4%에 미치지 못한다. 예를 들어 1억원을 넣으면 5000만원에 대해서는 연 2.3%, 나머지 5000만원에 대해서는 연 4% 금리가 적용되는 식이다. 이 경우 실질적으로 금리는 연 3.15%가 적용된다.

카카오뱅크의 파킹통장 상품 금리도 최근 꾸준히 올랐다. 카카오뱅크의 ‘세이프박스’ 금리는 연 2.6%로 토스뱅크 통장 기본금리보다 0.3%포인트 높고 케이뱅크 플러스박스보다는 0.4%포인트 낮다. 5000만원을 넣을 경우 토스뱅크 연 2.3%, 카카오뱅크 연 2.6%로 카카오뱅크가 낫지만 납입 한도인 1억원을 맞춰 예치한다면 토스뱅크 연 3.15%(실질 금리), 카카오뱅크 연 2.6%로 토스뱅크가 더 유리하다.

기본 금리가 연 3%대인 곳도 있다. 케이뱅크는 같은 날 파킹통장 상품인 ‘플러스박스’ 금리를 연 3%로 0.3%포인트 올렸다. 이 상품은 최대 3억원까지 납입 가능하다. 토스뱅크와 비교해 최고 금리는 낮지만 기본 금리는 더 높기 때문에 납입 액수에 따라 차이가 커진다. 1억원 이상 넣는다면 토스뱅크 통장이 0.15%포인트 더 높지만 예금자보호 한도인 5000만원 정도를 예치한다면 플러스박스가 0.7%포인트 더 높다. 케이뱅크는 이자를 월복리가 아니라 일복리로 받을 수 있는 ‘지금 이자받기’ 서비스도 시작한다.

산업은행의 ‘KDB 비대면 Hi 입출금통장’도 여전한 파킹통장 강자다. 금리는 연 2.65%로 토스뱅크보다 0.35%포인트 높고 케이뱅크보다는 0.35%포인트 낮다. 최대 매력은 납입 한도가 없다는 점이다. 예금자 보호 한도는 5000만원이지만 국책은행이라는 점에서 돈을 떼일 위험이 극히 낮다.

"예·적금 가는 뭉칫돈 잡자"…파킹통장의 고금리 유혹
최근 정기예금 금리가 연 4~5% 수준이어서 목돈을 굴린다면 파킹통장보다 정기예금이 더 유리하다. 하지만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꾸준히 투자하거나 생활비나 기타 비상금 등을 운용하기엔 파킹통장이 유리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융기관 여수신 이율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내년 4월부터 정기적금의 최소 만기가 1개월로 크게 단축되기 때문에 파킹통장 이외에 단기간 목돈 운용의 선택지가 생긴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