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지 업체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다국적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던 ‘기회의 땅’ 중국이 자국 업체 중심의 ‘갈라파고스’로 변한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글로벌 브랜드들이 중국 사업을 두고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中 자동차 시장은 갈라파고스?…자국 점유율 절반
14일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의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지 업체 점유율은 55.1%를 기록해 과반을 달성했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12월만 해도 현지 기업 점유율은 47.4%였다.

중국에 진출한 모든 글로벌 브랜드의 점유율이 낮아졌다. 독일계는 작년 말 18.7%에서 지난달 17%로, 일본계는 18.8%에서 14%로, 미국계는 11.4%에서 11%로 떨어졌다. 한국계는 2.4%에서 1.5%로, 프랑스계는 0.6%에서 0.5%로 내려갔다.

이 같은 흐름은 현지 업체의 가격경쟁력과 중국 소비자의 ‘애국 소비’가 맞물린 결과다. 과거보다 현지 기업의 기술력이 많이 올라간 것도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 배경으로 꼽힌다. 가장 곤혹스러운 곳은 전체 판매의 40%가량을 중국에 의존하던 제너럴모터스(GM)다. 이 회사의 중국 점유율은 작년 12.9%에서 올 들어 8.7%로 급감했다. 중국 대표 전기차기업 BYD는 점유율이 같은 기간 1%에서 8.1%로 급증하면서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시장 1위를 확고히 했다.

현지 업체 부상이 중국 시장의 갈라파고스화를 의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다수 로컬 자동차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는 전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 기업은 글로벌 ‘호환성’이 떨어지는 중국 시장에 투자하자니 비용이 많이 들고, 가져갈 수 있는 파이는 점점 더 작아지는 딜레마에 빠졌다.

폭스바겐 계열사인 스코다는 중국 시장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중국 대신 인도·베트남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은 현지 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고급스러운 이미지 구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GM은 창업주의 이름을 딴 듀란트길드라는 별도 판매 플랫폼을 선보이고 북미에서 생산한 고급 수출 차종 라인업을 투입하기로 했다. 현대차도 제네시스 G70 등 고급 차종을 현지에 출시하고 제네시스 스튜디오 매장을 청두 등 각지에 열었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중국에서 먼저 ‘매’를 맞은 덕에 가능성이 더 큰 미국 등 선진시장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의 중국 비중은 6% 수준으로 글로벌 주요 업체 중 가장 낮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선진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발 빠르게 재편한 현대차그룹은 ‘중국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분석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