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전자상거래)업계가 온라인 광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소비가 둔화하자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선 것이다. 빠른 성장세 덕에 메타(옛 페이스북), 유튜브 등 기존 SNS의 지위를 넘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커머스 광고 약진

아마존 등 유통업체들 온라인 광고사업 약진…구글·메타 '비상'
세계 최대 e커머스 아마존을 비롯해 월마트, 테스코, 부츠, 세인츠버리 등 기존 유통업체도 e커머스를 확장해 온라인 광고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나섰다. 이 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구글과 메타를 압도하는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미디어 리서치업체 그룹 엠(Group M)에 따르면 올해 세계 e커머스 광고 매출은 지난해보다 140억달러(14.7%) 늘어난 10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온라인 광고 시장의 18%에 해당하며 전체 광고 매출 기준으론 11%를 차지한다. 이 같은 성장세가 지속돼 2027년에는 e커머스 광고 매출 규모가 1616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통업체들은 특히 미국에서 공격적으로 온라인 광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리서치업체 e마케터는 미국 내 광고주들이 올해 ‘소매 미디어 네트워크(RNM)’에 370억달러 이상 지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수치다. RNM은 아마존, 월마트 등 유통업체가 구축한 온라인 광고 시스템을 말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매년 650억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e마케터는 “지금까지는 SNS가 e커머스보다 더 많은 광고 예산을 유치하고 있지만, 올해 e커머스 광고 성장세가 SNS보다 다섯 배 더 빠르다”고 분석했다.

기성 미디어를 제친 지는 오래다. 지난해 미국의 e커머스 광고 매출은 총 314억달러를 기록했다. 라디오(10억8000만달러)와 신문 및 잡지(10억달러)를 합친 것보다 많다. 650억달러를 기록한 TV 광고 매출을 빠르게 따라잡는 추세다. 프랑스 광고업체 크리티오의 최고수익책임자(CRO)인 브라이언 글리슨은 “이제부터 소비자와 광고주가 만나는 경로가 달라질 것”이라며 “e커머스를 통한 광고는 새로운 물결을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 데이터 쌓인 ‘보물창고’

e커머스의 경쟁력은 온라인 데이터에서 나온다. 쇼핑 플랫폼 내에서 일어난 수억 개의 소비 데이터가 서버에 쌓였고,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서다.

애플과 구글 등 다른 정보기술(IT)업체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 유럽과 미국에서 소비자들의 정보를 보호하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e커머스는 예외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마크 브로더슨 수석파트너는 “e커머스에 쌓인 소비자 데이터는 그야말로 ‘보물창고’에 가깝다”고 했다.

지난해 SNS 업체들의 광고 사업은 약점을 드러냈다. 애플이 운영체제(iOS)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애플은 광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아이폰 사용자를 추적할 수 없게 정책을 바꿨다. 사용자를 식별할 수 없게 되자 SNS의 개인 타깃 마케팅 효과가 떨어졌다. 광고주를 끌어들일 요인이 사라진 셈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으로 사용자를 특정해 광고하던 메타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월 데이브 웨너 메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애플이 정책을 변경한 탓에 광고 수익 100억달러를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광고주가 직접 소비자를 특정할 수 있는 e커머스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순풍을 탄 아마존은 지난 6월에 광고주를 위한 실시간 소비자 분석 서비스인 ‘마케팅 스트림’을 선보였다. 앤드루 립스먼 애널리스트는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기업들이 다른 곳보다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아마존에 광고 예산을 더 많이 할당하고 있다”며 “아마존의 광고 사업은 e커머스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NS, “쇼핑 채널 늘리자”

온라인 광고 시장이 SNS에 불리하게 조성되자 SNS가 되레 e커머스에 앞다퉈 진출하기 시작했다.

스냅챗은 선도 기업인 아마존과 손을 잡았다. 지난 11월 증강현실(AR) 서비스인 ‘쇼핑 렌즈’를 아마존에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쇼핑 렌즈는 이용자가 자신을 카메라로 비추면 화장품, 의류 등을 가상으로 착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스냅챗은 우선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선글라스, 안경 등에 이 기능을 도입할 방침이다.

중국의 짧은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은 최근 이용자가 동영상을 보면서 물건을 살 수 있는 ‘틱톡숍’ 기능을 미국 시장에 선보였다.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연말 쇼핑 성수기를 겨냥한 전략이다. 대항마인 유튜브도 쇼핑 기능을 강화하고 나섰다. 유튜브는 짧은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 쇼츠’에 쇼핑 기능을 시범 적용했다. 북미를 비롯해 인도 브라질 등의 유튜버들은 자신의 영상을 통해 제품 판매를 중개할 수 있게 됐다.

취향 공유 SNS인 핀터레스트는 6월에 구글 커머스부문 사장을 지낸 빌 레디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레디 CEO는 취임 직후 인공지능(AI) 기반 온라인 쇼핑업체 ‘더예스’를 인수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