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유력했던 조용병 "용퇴하겠다"
당초 금융권에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65·사진)의 3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2017년 취임 이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금융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했고, 올해는 3년 만에 ‘리딩뱅크(1등 금융지주)’를 탈환할 정도로 실적 개선에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8일 오전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면접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났을 때도 여유가 넘쳤다. 그는 ‘부회장직 신설’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장이 16명까지 늘어난 그룹의 성장을 반영해 조직 변화가 필요하다”며 부회장직 신설을 시사했다.

하지만 조 회장은 프레젠테이션(PT) 방식의 면접을 끝낸 직후 회추위원들에게 “세대교체를 위해 용퇴하겠다”며 최종 후보 투표 대상에서 자신을 빼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그의 후보 사퇴를 놓고 금융권에선 ‘외압설’ 등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신한금융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도 “아침까지 조직 개편을 예고하던 조 회장이 스스로 사퇴하겠느냐”며 외압설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그는 이날 오후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차기 회장 후보군에 훌륭한 후배들이 올라왔기 때문에 세대교체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외압설을 부인했다.

조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에 총괄적으로 책임을 진 것”이라며 자의에 의한 용퇴임을 강조했다. 그의 사퇴가 신한금융 지분 15%가량을 보유한 재일동포 주주들의 결정이란 분석도 있다. 사외이사 12명 중 재일동포 주주 측 사외이사는 4명이다.

좀처럼 ‘외풍’에 흔들리지 않았던 신한금융마저 예상치 못한 회장 교체가 이뤄지자 우리금융과 농협금융 BNK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사 회장 인사에도 정부의 입김이 세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진옥동 신한은행장(61)이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됨에 따라 대규모 인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조 회장의 3연임 이후 후계 구도 준비를 위해 추진되던 부회장직 신설 여부도 미지수다. 회장 교체로 후계 구도 대비 필요성이 사라져서다.

공석이 된 신한은행장을 비롯해 신한카드 등 10여 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도 대거 교체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2017년부터 6년째 신한카드 경영을 맡아온 임영진 사장(62) 등 60대 이상 경영진의 용퇴 가능성도 제기된다. 차기 신한은행장 후보로는 전필환 부행장(디지털전략그룹장)과 박성현 부행장(기관그룹장), 이영종 부행장(퇴직연금그룹장),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 등 그룹 내 50대 임원들이 거론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